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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사건

입력
2016.09.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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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9월 29일

1982년 9월 뉴욕의 한 상점 사진. 게티이미지.
1982년 9월 뉴욕의 한 상점 사진. 게티이미지.

1982년 9월 29일,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의 12세 소녀가 갑자기 숨졌다. 같은 날 오후 애덤 제이너스라는 27세 남성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뒤 숨을 거뒀고,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생 부부 역시 목숨을 잃는다. 사인은 시안화칼륨(Potassium Cyanideㆍ청산가리) 중독. 그들 모두 타이레놀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 하루 동안 일리노이 주에서 7명이 희생됐다.

언론 속보로 희생자는 더 늘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가 더, 많이 있다는 괴담이 삽시간에 퍼져 미국 전역이 타이레놀 공포에 휩싸였다. 경찰과 언론사, 타이레놀 본사인 존슨앤존슨사와 자회사 맥네일 컨슈머 프로덕츠(MCP)에는 항의ㆍ문의 전화가 쇄도했고, 유사 신고도 폭주했다. 진통제 시장의 리딩 브랜드 타이레놀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약 35%에서 단숨에 6%대로 급락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범인을 찾지 못했다. 사건 직후 제약사에 100만달러를 요구한 범인 등 여러 용의자를 수사했지만 독극물 투입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조사는 아직 공식적으로는 진행 중이다.

그 사건은 범죄학에서보다 마케팅 및 기업 위기관리 사례로 더 많이 언급된다. J&J사는 즉각 전담 팀을 꾸려 시중 제품을 전량 회수했고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경찰 및 FBI 수사와 언론 취재 협조는 물론이고 직원들을 최대한 배치해 소비자들의 항의ㆍ문의 전화에 일일이 답했다. 회수된 타이레놀 약 800만 정을 전수 조사해 시카고 지역에서 수거된 75정이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린 것도 J&J사였다. 회사는 약 1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J&J사와 MCP의 법적 책임이 없다는 사실은 수사 결과 금세 확인됐다. 하지만 J&J사는 전담팀을 그대로 유지하며 제품 안전성 제고와 소비자 신뢰 회복책 마련에 골몰했다. 사건 6주 뒤 J&J사 CEO 제임스 버크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밝혀진 사건 전모를 공개하고, 이물질 투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3중 캡슐’ 등 새로운 포장을 선뵀다. 지금의 질긴 타이레놀 캡슐 포장이 그렇게 탄생했다. 타이레놀을 직접 폐기한 소비자, 복용하기 찜찜한 소비자는 전화로 요청만 하면 새 포장 타이레놀과 함께 할인쿠폰을 배송했다. 타이레놀 소비는 6개월 만에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그리고 J&J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신뢰와 명예를 얻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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