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는 역시 ‘부동의 1강’이었다.
초상집 분위기를 단숨에 잔칫집으로 바꿔놓을 만큼 강했다.
전북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4-1 완승을 거뒀다. 전북은 다음달 19일 원정 2차전에서 두 골 차로 져도 결승에 오른다. 2011년 결승에서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한을 5년 만에 털어버릴 기회를 잡았다. 반면 서울은 벼랑 끝에 몰렸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2차전 역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서울을 상대로 3전 전승(1-0, 3-2, 3-1)으로 우세했던 전북은 4번째 맞대결에서도 완승하며 상대의 기를 완전히 꺾었다.
사실 경기 전만 해도 전북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날 오전 전북 스카우터의 심판 매수 사건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확정했기때문이다. 부산지방법원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북 스카우터 C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C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심판(돈을 받을 당시 현직) A씨에게 징역 2월에 추징금 200만원, 또 다른 심판 B씨에게는 징역 3월에 추징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C씨는 2013년에 두 명의 심판에게 각각 5차례에 걸쳐 500만 원을 건넨 혐의가 드러나 프로축구에 큰 충격을 줬다. C씨는 그 동안 법정에서 “용돈(떡값)조로 준 것이며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줄곧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요한 경기 당일 악재를 맞은 전북 선수단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다. 경기 직전 양 팀 서포터 사이에 작은 소동도 있었다. 전북 팬들이 확성기로 욕설을 내뱉고 서울 팬들이 “심판 매수” “심판 매수”를 외치며 상대를 자극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서울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전북 승리의 일등 공신은 197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28)과 수비수 최철순(29)이었다.
김신욱은 공중전에서 완전히 서울을 압도했다. 전반 상대 수비수 곽태휘(35)의 파울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레오나르도(30)가 손쉽게 성공했다. 4분 후에는 김신욱의 패스를 받아 로페즈(26)가 한 골을 더 보탰다. 전반 39분 레오나르도의 헤딩슛이 그물을 가르며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후반 시작과 함께 서울 주세종(26)이 왼발슛으로 1점을 만회했지만 후반 38분 김신욱이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리며 서울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철순은 ‘숨은 히어로’였다. 그는 이날 서울의 에이스 아드리아노(29)를 꽁꽁 묶으라는 특명을 받았다. 별명이 ‘최투지’인 그는 ‘모기’처럼 아드리아노를 따라다니며 밀착마크 했고 전혀 힘을 쓰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애칭)’의 함성도 대단했다. 이날 입장 관중은 2만3,481명. 평일 저녁에 날씨까지 흐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였다. 팀의 위기 앞에 팬들이 한 마음으로 결집한 것이다.
최강희(57) 전북 감독은 “경기장을 찾아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선수들이 완벽한 경기를 해줘 대승을 했다”며 “올해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부분은 따로 이야기 안 한다. 선수들 스스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을 계속 믿겠다. 방심과 자만을 하면 안 되지만 오늘 대승이 2차전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카우터에게 유죄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상벌위에서 결정이 나면 따라야 한다. 상벌위 이후에 말씀드려야될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전주=박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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