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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새 꿈을 위한 베이스캠프 문열다

입력
2016.09.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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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의 베이스캠프로 지난 7월 문을 연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제주올레 제공
제주올레의 베이스캠프로 지난 7월 문을 연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제주올레 제공

마침 제주를 걷고 있을 때다. 제주올레 측에서 연락이 왔다.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를 새로 문 열었으니 한번 들러달라 했다. 보내준 주소 ‘서귀포시 중정로 22’를 찾아가보니 서귀포 구도심의 오래된 3층 건물이었다.

제주올레의 새로운 꿈을 실현시킬 베이스캠프다. 제주올레 사무국과 함께 올레꾼들이 머물 숙소, 그들이 소통할 회의실과 식당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제주올레 식구들에겐 처음으로 마련한 감격스러운 자기집이기도 하다.

병원건물을 개조해 만든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는 지난 7월말 문을 열었다. 집들이 손님을 맞은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이 새집 구경을 시켜줬다. 2층은 사무국 직원들이 쓰는 공간이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가 드디어 한 공간에 모였단다.

올레스테이 1인실.
올레스테이 1인실.
올레스테이 다인실.
올레스테이 다인실.

3층은 올레를 걷는 이들을 위한 숙소, 올레스테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시선을 잡아 끄는 건 각 방의 문들이다. 14개의 방문 모두 제각각이다. 14명의 작가들이 재능기부로 이 문들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호랑이꼬리가 흘러내린 문에다, 유턴표시가 강조된 푸른문, 꽃문양을 내건 샛노란 문 등 올레란 콘셉트 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방의 크기는 다양하다. 여럿이 함께 쓰는 도미토리도 있고 1ㆍ2인실도 있다. 방안도 재미있다. 순백의 이부자리와 수건, 텀블러뿐. 안 사무국장은 올레스테이의 콘셉트는 비움이라고 했다. 방 안에 짐도 가져가지 말라며 복도에 큼직한 라커를 마련했다. 도미토리에도 각 침대마다 커튼을 드리워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게 했다.

다음엔 옥상에 올랐다. 경관이 좋다. 북으론 한라산이, 남으론 문섬이 펼쳐진다. 아직은 소박한 테이블뿐이지만 근사한 루프탑 바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녀방앗간X제주올레
소녀방앗간X제주올레
수제맥주 샘플러.
수제맥주 샘플러.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올레 안내센터와 식당겸 카페, 강의실 등이 들어서 있다. 식당은 소녀방앗간과 제주올레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소녀방앗간의 기존의 청정메뉴에다 제주의 식재료를 활용한 신메뉴를 개발해 내놓는다.

이곳에선 제주 삼다수와 제주 보리로 만든 제스피란 브랜드의 수제맥주도 맛볼 수 있다. 또 서울의 유명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카카오봄의 고영주 대표가 개발한 아이스크림 기계도 마련됐다. 제주 우유로 만들어낸 이곳만의 아이스크림이다. 식당 한쪽엔 재미난 기계가 있다. 이름하여 제주여행 처방전. 기분상태에 맞춰 올레 코스를 알려주는 기계다.

마침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도착했다. 센터가 너무 예쁘고 재미있다고 하니 서 이사장은 “집단지성의 힘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니 재미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서 이사장은 이 건물과 제주올레와의 인연을 얘기했다. 26년 전에 지어진 병원 건물인데 8년 전부터 비어 있었다고. 택시기사가 100원에 줘도 안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오래 방치돼 있어 보수가 쉽지 않았다. “병원이 몸을 고쳐준다면 올레는 마음을 치료한다. 20세기 병원이 국민 건강을 책임졌다면 21세기엔 올레가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센터는 병원의 골조와 외관을 그대로 살려 연속성을 유지했다.

그간 셋집 설움에 시달려온 제주올레에겐 첫 자가 소유 건물이다. 제주의 부동산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더는 안되겠다 싶어 무리를 했다고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고 제주올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건물 소유가 필요했다.”십시일반 후원금이 모였고, 제주올레 이사 등 골수 팬들은 은행 대출을 얻어 그 돈을 꿔주거나 펀드를 해약해 빌려주기도 했다.

센터는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 계속해 의견을 모아 좀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올레를 걷는 이들이 꼭 한번은 거치고 싶은 명소가 될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10년이 돼가는 제주올레가 또 하나의 큰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서귀포=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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