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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고라니, 멧돼지와 공존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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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고라니, 멧돼지와 공존할 수는 없을까

입력
2016.09.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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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뒷다리가 걸려 신음하는 고라니. 김영준 제공
덫에 뒷다리가 걸려 신음하는 고라니. 김영준 제공

여름의 언덕을 넘어 가을은 추수의 계절입니다. 집 앞 무상 대여한 조그만 밭에 심어둔 고구마를 언제 캐야 하나 고민하는 농사 유치원생입니다. 여름 내 잘디 잔 재미를 준 방울토마토를 뽑아내고 10여 포기 심은 배추가 잘 자라나 매일 쳐다보고 있습니다. 내 손으로 일궈 먹는 채소는 또 다른 재미인 듯싶습니다.

동물들에게도 가을은 역시 추수입니다. 늦봄부터 고생해서 지은 자식농사의 결과가 나타나는 때입니다. 어미동물들이야 이미 살아온 길을 알기에 또 다시 겨울을 준비하면 되건만, 어린 동물들에게는 두려움과 신비함이 가득한 새로운 시기가 도래한 것이죠. 자신을 돌봐준 부모의 땅을 떠나 살아남아야 합니다. 육상동물들은 땅으로 새들은 하늘로 날아서 떠나고, 혹은 돌아옵니다. 특히 수컷들은 멀리 떠나야 합니다. 부모의 주변에 남아 있다가는 유전적 근교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멀리 퍼져야 합니다. 마치 식물이 씨앗이 멀리 퍼져 자신의 유전정보를 경쟁을 뚫고 퍼뜨려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러기에 이 시기에는 떠도는 동물이 많이 생겨납니다. 번식된 동물들까지 태어난 마당이니 동물들의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불어있는 셈이죠.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다니는 포유류와 같은 육상동물들은 필연적으로 만나는 게 도로와 수로 등 인공구조물입니다. 날아다니는 조류들을 건물의 유리창, 전선 등이 그 생을 위협합니다. 1년간 도로에서 쓰러지는 고라니만 하더라도 못 잡아도 5만에서 7만 마리는 된다는 걸 감안해보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살아남은 녀석들의 삶도 만만치 않습니다. 바로 어른 동물들과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군집성 동물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류와 어류를 제외하고 군집성 동물은 별로 없습니다. 단독 생활하는 동물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권과 세력권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세력권은 자신만의 공간을 지키는 것이죠. 여기에는 먹이자원과 더불어 번식상대, 피신처, 물 등이 필요합니다. 다른 개체들로부터 그 자리를 지켜야 자신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좋은 자리들은 어른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어 빈 공간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서식지 변두리나, 질 낮은 곳, 수렵이나 유해조수 구제로 인해 발생한 빈 공간을 찾아내야 합니다. 거기에 사람들의 개발압력 때문에 그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상도 묵과할 수는 없죠. 살아남기 참 어렵습니다. 보통 500m에서 1㎞ 사이에 머무는 고라니도 새로운 땅을 찾으려고 20㎞를 넘게 이동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수로 인간 거주지로 진입하게 되고, 수많은 사람과, 소음, 차량에 놀라게 됩니다. 자신이 들어왔던 그 길을 찾아 다시 나가야 하는데 혼란 속에 길을 잃게 됩니다. 당황하니 난폭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사람들도 놀라게 됩니다. 산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이내 도주하지만 도심의 야생동물은 목숨을 걸고 저항하기에 난폭하다고 우리는 느끼는 겁니다.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인간을 위협하여 득 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그들이 잘 알건만 이러한 이유로 난폭해지는 겁니다. 목숨을 거는 것이니깐요.

밀렵으로 올무에 걸려있던 멧돼지가 구조되고 있다. 김영준 제공
밀렵으로 올무에 걸려있던 멧돼지가 구조되고 있다. 김영준 제공

적절한 서식지를 갖지 못하는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먹이는 먹어야 합니다. 떠도는 동물은 인간의 거주지에 접근하기 쉽습니다. 바로 이런 지역이 야생동물의 입장에서 보자면 변두리 서식지니깐요.

가을철에는 사람마저도 먹이경쟁의 대상이 됩니다. 건강식품이라는 이유로 도토리마저 쓸어가 버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재배하는 작물은 야생동물이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입에 맞는 먹이입니다. 우선 당분이 높고 부드럽습니다. 사람의 입맛을 고려한 결과죠. 또 먹이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습니다. 그러니 피해는 집중적으로 나타납니다. 정성껏 자금과 노동력을 들여 재배한 농산물이 하룻밤 사이에 망쳐버린 걸 본다면 애타는 농심을 모른 척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반복해서 닭장에 침입하는 삵을 잡기 위한 자구책으로 농부가 설치한 덫에 삵이 걸렸다. 김영준 제공.
반복해서 닭장에 침입하는 삵을 잡기 위한 자구책으로 농부가 설치한 덫에 삵이 걸렸다. 김영준 제공.

그러나 해결방법이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직접 죽이는 방법 외에도 초음파, 호랑이 소리, 호랑이 배설물, 전기목책, 폭음탄 등의 예방책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구의 폭발과 삶의 질 개선, 인간 거주지의 확대와 농토 확보, 여가생활 공간의 확대 등으로 그들의 서식지가 줄어든 것입니다. 여기에 호랑이나 표범 같은 상위포식자의 제거와 산림 식생조림 등의 인위적 활동으로 생태계의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고라니나 멧돼지와 같은 특정 종의 폭발적 증식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행사용으로 도입한 집비둘기는 이제 ‘닭둘기’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천대받고 있습니다. 결국 유해조수는 농민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라기보다는 한반도 거주민 전체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문제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공존의 문제임은 분명한 것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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