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제압해 ‘1승’을 거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이튿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유세길에 올랐다. 클린턴은 27일 경합주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 주 랄리 유세장으로 떠나는 전용기에서 “어제(26일) TV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든 직업에 걸맞은 기질을 지닌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의 차이를 확인했을 것”이라며 토론 승리를 자축했다. 그는 야구선수 어니 뱅크스가 ‘경기를 한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해 한 경기(더블헤더)를 더 하고 싶었다’고 했던 말을 언급하면서 “토론을 하는 동안 굉장히 흥분됐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토론장 마이크에 대해 불평한 사실을 끄집어내 “마이크와 관련해 불만을 표시한 어떤 사람은 아마도 좋은 밤을 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딸 첼시와 함께 유세장에 도착한 클린턴은 트럼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업 기회로 이용했다고 지적하면서 “900만 가구가 집을 잃은 사실을 반기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냐”고 말했다. 트럼프를 ‘대통령이 되어선 절대 안될 후보’라 지칭한 클린턴은 전날 토론을 상기시키며 “트럼프는 분명히 토론을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1차 토론 승리로 한층 여유를 갖게 된 클린턴은 노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잇달아 경합주들을 방문해 표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언론들은 “클린턴 후보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지원군을 모두 투입해 공격적으로 경합주 유세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캠프는 내달 초까지 뉴햄프셔, 아이오와, 플로리다 등 부동층 유권자가 많은 경합주 유세에 치중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편 클린턴 후보가 첫 TV토론에서 트럼프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록 안정적인 토론을 이끌고 트럼프에 비해 정직한 답변을 해 TV토론 후 진행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섰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특별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다.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미국의 암울한 대통령선거 토론’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미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클린턴 후보는 향후 세계경영을 위한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계속 ‘조심하라(Be afraid)’는 말만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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