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노인ㆍ중증 전문 병원서
3개월 사이 48명 환자 사망
숨진 환자 신체ㆍ링거에 계면활성제
경찰 “사용 전 링거에 구멍” 발표
불특정 다수 노린 범죄 조사 나서
계면활성제 성분이 섞인 링거를 맞고 고령의 입원 환자가 잇따라 사망한 일본 요코하마(橫浜)시의 한 병원에서 최근 3개월간 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져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고의적 연쇄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8일 NHK에 따르면 요코하마시 오구치(大口)병원에서 지난 20일 88세 남성 입원환자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같은 층에 입원하고 있던 또 다른 88세 남성이 사망했다. 일본 경찰당국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환자의 신체와 링거에서 계면활성제 성분을 발견하고, 계면활성제에 의한 중독사를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병원에서 사용 전 링거의 고무부분에서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면서 “이 구멍을 통해 누군가 링거액에 이물질을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제에 주로 들어가는 계면활성제는 의료현장에서 소독제나 기구 세정제 등으로 사용된다.
경찰 발표에 이어 아사히(朝日)신문이 “이번 사건이 발생한 4층에서 7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48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고령의 중증 환자가 많은 이 병원의 병상 수는 85개로, 4층에선 최대 35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아사히는 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4층에서 8월 하순에는 하루 동안 5명이, 9월 초에는 같은 날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다카하시 요이치(高橋洋一) 병원장은 병원 4층 사망자 수에 대해 “다소 많다. 특히 토요일에 많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자의 시신은 이미 화장돼 자세한 규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카하시 병원장은 계면활성제 성분으로 사망한 환자가 2명 이상일 가능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 환자를 받아들이는) 병원 성격상 사망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내부관계자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이 병원에서 사용되지 않은 50개 링거 가운데 10개에서 고무마개를 봉인한 테이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경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전문지식이 있는 인물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주삿바늘로 찔렀을 개연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일본의 많은 병원들은 링거에 투입하는 약물 등을 일반인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의도를 가진 외부인이 약품에 손을 대는 것을 막기는 쉽지 않다”며 의료현장에서 뜻밖의 사고가 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약물마다 환자의 성명이 기재돼 있지만 개인정보를 보호할 만한 대책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병원의 직원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족 면회 등을 일부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누군가 링거에 이물질을 투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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