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가족을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시불로 계산할까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28일 서울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이마트의 강아지 판매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마트는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인 몰리스펫샵 28개 매장을 통해 강아지 분양 사업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강아지를 다른 일반 물품처럼 장바구니에 넣어 계산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대형마트의 동물 전시와 판매가 손님들에게 동물을 물건처럼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주고, 충동구매를 부추겨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의미다.
동물자유연대는 “세계적으로 대량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이 펫샵을 통해 유통되는 애견산업은 사라지는 추세”라며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국내 최대의 유통기업이 후진적인 애견분양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몰리스펫샵은 쾌적한 환경에서 전문 브리더(개 사육업자)를 통해 관리된 강아지들을 두 곳의 업체를 통해 분양 받아 판매한다고 주장해 왔다. 동물자유연대는 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업체가 언론을 통해 밝힌 모견 수와 생산 기준으로 강아지를 번식시킨다고 가정할 때 몰리스펫샵에서 판매하는 강아지 수와 번식 강아지 수가 일치하지 않으며, 실제 매장에서도 두 업체 이외의 장소에서 공급받은 강아지들이 팔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공급업체 중 한 곳은 판매업을 등록한 동물병원으로, 실제 번식을 하는 곳이 아니라 중간상인에 의해 강아지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이마트는 두 곳의 업체와 계약을 맺고 강아지를 분양 받아 오는데,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는 해당 업체들이 다른 번식업자로부터 받아온 강아지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계약업체 두 곳에 강아지를 공급하는 번식업자들의 환경이나 관리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아지를 공산품처럼 생산하는 강아지 공장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이 직접 강아지 판매를 조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동물단체의 의견이다. 이형주 동물보호 활동가는 “대형마트의 강아지 판매는 강아지를 물건으로 보는 인식을 조장할 뿐 아니라 충동 구매를 부추기는 측면도 크다”며 “대기업이 점차 사라져야 하는 강아지 번식업에 굳이 적극적으로 가담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앞서 또 다른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는 지난 6월10일부터 25개 점포에서 강아지 분양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롯데마트 측은 “동물병원이 입점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강아지 분양을 해왔으나 강아지 공장에 대한 손님들의 우려가 크고, 동물단체의 분양 판매 요청을 감안해 잠정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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