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도자기를 중국 국보급 유물로 둔갑시켜 수억원을 뜯어낸 8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가짜 골동품을 진품이라고 속여 고가에 판매하려 한 혐의(사기 등)로 김모(81)씨를 구속하고, 공범 최모(6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2월 A중공업 회사 대표 행세를 하며 지인 박모(58)씨에게 접근해 “중국 정치가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대만으로 도망가던 당시 건네 받은 국보급 유물을 정부 지시로 창고에 보관 중인데 창고를 여는 경비가 필요하다”며 5억원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박씨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로 데려가 골동품 4,000여점을 보여주며 “일주일 안에 2억5,000만원을 더 얹어 갚겠다”고 꼬드겼다. 박씨는 김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돈을 빌려줬지만 애초부터 A사는 유령회사였고, 창고도 존재하지 않았다. 김씨가 소유한 도자기 역시 대부분 서울 인사동의 도소매업자나 보따리상에게 수천원에서 수만원에 외상으로 사들인 싸구려였다. 김씨는 박씨에게서 빌린 돈을 오피스텔 임대료와 고급호텔 숙박료 등으로 탕진했다.
김씨는 박씨의 빚 독촉이 계속되자 이번에는 최씨와 공모해 평소 골동품에 관심이 많았던 전모(64)씨에게 팔아 치울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전씨에게 “가야, 통일신라와 원나라 골동품을 싼 값에 팔겠다”며 ‘쌍용향로’ ‘관음보살자기’ 등으로 둔갑시킨 골동품 12점을 112억원에 팔려 했다. 이들의 범행은 낌새를 수상히 여긴 전씨가 두 사람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조사 결과 골동품 12점의 감정가는 15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을 시인한 이후에도 “장제스로부터 유물들을 건네 받아 보관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일당이 도피 중에도 매매 대상을 물색하는 등 추가 범행을 저지르려 한 정황이 드러나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