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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28일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연예계 안팎으로 열렸던 행사들이 축소되고 폐지됐다. 일반적인 기자간담회부터 크게는 다음달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까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굵직한 회사야 큰 영향은 없겠으나, 대중의 관심이 적은 분야들은 더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태효과(갈수록 심화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라는 말이 여기서 등장한다.
사라진 교류의 장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공식행사 외 별도로 진행됐던 부대행사들이 전부 사라진다. 배급사 주최로 신작 라인을 발표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였던 '~의 밤' 행사가 대표적이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만나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인데 괜한 오해를 살까 조심하는 분위기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식적 행사에서 통상적ㆍ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 등은 예외로 두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공식으로 봐야 하는지, 또 통상적이고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은 무엇인지 판단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30일 개막하는 제1회 울산세계산악영화제는 김영란법 시행에 혼란을 겪고 있다. 초대권 배포 대상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를 해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에서는 "모호하다면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하는 추세다. 울산영화제 관계자는 "첫 행사인 만큼 열심히 홍보를 해서 알려야 하는데 큰일이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또 언론시사회 후 열리던 미디어데이나 소속사 주최의 행사 역시 열리지 않는다. CJ엔터테인먼트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아수라'를 끝으로 미디어데이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인터뷰와는 다른 편안한 분위기에서 배우나 영화 관계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셈이다.
보도자료 대체하는 공연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공연계다. 원활한 직무수행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의 가액 기준은 5만원인데 티켓 값이 5만원 이하인 경우는 거의 없다. 향응이나 선물이 아닌 '취재' 목적임에도 돈을 따로 들여 공연 리뷰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소규모 공연을 홍보하는 한 관계자는 "취재비를 내고 공연을 본다고 해도 공연의 선택 기준은 철저하게 대중의 관심도에 따를 것이다. 스타가 나오지 않는 공연은 당연히 소외될 것이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가요 담당 기자들은 "'라이브의 황제' '공연의 신' '퍼포먼스의 황제' 등의 수식어도 쓰지 못한다. 공연을 보지 않은 채로 보도자료 문구만 가지고 기사를 쓸 순 없는 없지 않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뮤지컬이나 연극 분야에서도 프레스티켓이 사라진다. 프레스티켓은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취재기자들에게 오픈하는 티켓이다. 이 제도가 없어지면 프레스콜에서 선보이는 15분 내외의 하이라이트가 공식행사의 전부다. 전체 줄거리 맥락을 이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주연 위주로 구성된 하이라이트에서 앙상블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영화 시사처럼 기자시사를 개최해 전 공연을 보여주는 방법이 있겠지만, 과연 배우들이 제 역량을 선보일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사진=연합뉴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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