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사흘간 근대역사박물관 일대
독립운동 ㆍ 수탈 아픔 체험 등 행사 풍성
만세거리행진 ㆍ 변사가 있는 고고장 운영
100년 전통 팥빵ㆍ60년 짬뽕 등 먹거리 가득
전북 군산은 근대 역사문화의 중심지다. 붉은벽돌건물, 오래된 중국집, 100년 전 모습을 간직한 가옥들이 즐비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거주가 많았고 일본식 가옥을 비롯한 철도, 도로, 은행, 상점 등이 들어섰다. 조선의 양곡과 물자를 일본으로 빼돌리기 위해 건설된 건물이다.
군산에는 국가등록문화재가 9개가 있다. 대부분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이런 흔적들을 따라가다보면 일제에 빼앗기고 당하던 당시 민초들의 삶과 저항정신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도 당시의 흔적들이 오롯이 남아 1930년대 거리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군산은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가 언제든지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다. 군산시간여행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15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으며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축제도 매년 열리고 있다. 시간여행축제는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상처를 딛고 미래를 위한 열정을 담아 내일을 준비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마련된 흥행축제가 아닌 미래지향적 축제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2016 군산시간여행축제는 오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사흘간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월명동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참여 프로그램이 풍성해졌고 체류형 축제로 치러진다. 근대 의식주와 정서, 문화 ㆍ 예술, 풍습 등을 주제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수탈에 대한 아픔을 체험하며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는 참여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인 근대유산 벨트화 지구가 일제 강점기 아픔을 되새기고 희망과 미래를 설계하는 현장으로 축제기간 내내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축제장은 근대역사박물관 옆 특설무대에 꾸며지며 총 40여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주행사장에서는 개막식과 기념식을 비롯해 근대 군산 골든벨, 특별공연 등이 펼쳐진다. 근대건축관 일대는 생생음악회, 거리예술공연(저글링 마술 마임)이 행사기간 내내 열리고 진포해양공원에서는 진포대첩 재현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30일 개막식에서는 근대복장을 입은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해망굴에서 축제장까지 태극기를 흔들며 과거 만세운동을 재현한 3 ㆍ 5만세 퍼레이드가 성대히 열린다. 군산은 한강이남 최초로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지역이기도 하다. 거리행진이 열리는 해망로는 군산내항을 따라 길게 뻗은 도로로 일제강점기 때는 ‘본정통’으로 불리던 상업중심지다. 옛 조선은행, 옛 일본 18은행, 군산세관 건물 등을 볼 수 있다.
주제 프로그램인 개막 공연 ‘1930, 군산의 하루’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중심지인 군산에서 일어나는 하루의 사건을 전문배우와 뮤지컬팀이 재현해 당시 독립에 대한 간절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개막식의 꽃인 불꽃놀이도 성대하게 펼쳐진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군산시가 관광산업으로의 진입을 위해 개발한 대표관광지 브랜드 선포식도 함께 열린다.
특설무대 일대에 마련된 쫓고 쫓기는 각시탈과 어린이 독립군 체험은 어린이들이 게임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새롭게 기획한 포에버 대학가요제와 모던걸 ㆍ 모던보이 패션쇼, 변사와 함께하는 타임슬립 고고장은 현대인들에게 과거를 경험해보는 추억을 선물한다.
관람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근대 앙코르 동춘서커스는 축제기간 3일 내내 운영해 힘든 삶 속에서도 한 가닥 위안이 됐던 과거 서커스 관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밖에도 쌀가마니 나르고 쌓기, 전통근대복장 체험, 근대사진전, 인력거 체험, 군산항 밤 부두 콩쿠르 등이 열린다. 축제기간 동안 축제의 취지에 걸맞은 교복, 근대복장, 한복 등을 입은 관람객들에게는 기념품도 제공한다.
볼거리도 가득하다. 근대건축관 인근과 초원사진관 등에서는 7080 통기타 콘서트, 색소폰 연주, 뮤즈밴드 공연 등의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행사장 곳곳에는 특산품과 먹거리 부스를 마련했다. 생선회, 박대, 생선탕 등 해물을 재료로 한 요리가 준비된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소고기무국과 콩나물해장국, 칼국수, 백반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짬뽕도 맛볼 수 있다.
해망로에서 동령고개 들머리로 가다 보면 60년이 넘은 중국집 ‘빈해원’이 있고 중앙로에는 100년이 넘은 빵집 ‘이성당’이 있다. 죽성동에 있는 60여년 된 떡갈비집 ‘완주옥’ 등도 군산의 명물이다. 구워 만든 호떡, 시장 통의 매운 잡채와 떡볶이 등도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이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온전히 보존돼 이를 바탕으로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며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하는 대한민국 대표축제에 많은 관람객이 참여해 시간여행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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