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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전매 수사 장기화 세종 중개업소 폐업 속출

입력
2016.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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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종시 아파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전에서 영업을 하던 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해 사무실을 세종으로 옮겼다. 부동산 시장이 정체된 대전과 달리 세종은 전국에서 가장 부동산 열기가 뜨거운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1년도 안돼 사무실 문을 닫아야 했다. 대전에서 주말에도 쉬지 않고 출퇴근하면서 열심히 했지만 지난 5월 검찰이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수사에 나서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A씨는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싼 월세를 지불하며 몇 달을 버텼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세종으로 옮겨온 공인중개사 B씨도 채 1년이 되지 않아 사무실을 폐업했다. 전국 최고의 ‘기회의 땅’인 세종시에서 새로 기반을 다져 노후까지 준비하려고 했지만 검찰 수사 광풍 탓에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B씨는 “검찰 수사에 다운계약 문제까지 터지면서 거래는 커녕 사무실을 찾는 손님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턱없이 높은 임대료를 내면서 손가락을 빠느니 차라리 청주에서 마음 편히 영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5월 착수한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수사가 장기화하고 아파트 다운계약 의심사례까지 불거지며 문을 닫는 세종지역 공인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검찰 및 세종지역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검찰 수사 착수 이후 부동산 중개업소 100여 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한 때 810여곳에 달하던 중개업소 가운데 12% 정도가 문을 닫은 것이다.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잇따르는 것은 검찰 수사가 5개월 가량 진행되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던 세종시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부동산 가치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최근 세종지역 아파트 거래 가격은 마이너스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전지방국세청이 세종시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수백건의 다운계약 의심사례를 포착해 양도세 재신고 요청서를 발송하면서 중개업소들이 더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등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중개업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개업소들은 검찰 수사와 다운계약 문제가 마무리되면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월 200~300만원에 달하는 비싼 사무실 임대료조차 벌기 어려워 결국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외곽 등으로 빠져나가는 등 안간힘을 다해 버티면서 여건이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언제 끝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7명을 구속한데 이어 추가 기소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정부부처 공무원과 중개업소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상황에 따라 중개업소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검찰이 수사를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관호 세종지부장은 “검찰 수사가 5개월째 이어지고, 국세청의 다운계약 의심사례까지 더해져 몇 개월 동안 영업을 못하는 등 세종은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수사를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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