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등 4명 미국내 자산 동결
北 무기확산 도운 거래망 노출
돈 세탁ㆍWMD제재 위반 혐의로
美 법무부, 지난달에 이미 기소
미국 정부가 북한에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물자를 지원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단둥훙샹산업개발공사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미국이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중국 기업을 제재한 것은 처음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에게 상당한 위축 효과를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재무부는 26일(현지시간) 중국 훙샹(鴻祥)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단둥훙샹산업개발공사와 이 회사의 40대 여성 오너인 마샤오훙(馬曉紅) 총재 등 회사 관계자 4명을 북한의 조선광선은행을 대리해 활동한 혐의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단둥훙샹과 회사 관계자 4명이 미국 내에 보유한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들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도 금지된다. 미국 법무부도 이들이 위장 회사 등을 통해 보유한 25개 은행 계좌 자산을 몰수하는 조치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단둥훙샹은 조선광선은행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위장기업, 금융거래 대행업자, 무역 대리인 등으로 구성된 불법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재 감시망을 피해왔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조선광선은행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제재를 받아온 북한 기관이다.
미국 법무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이들이 돈 세탁 모의 및 WMD 제재 조치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8월 3일 기소된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 업체는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세이셸군도, 홍콩 등지에 설립한 위장 회사들을 동원해 중국 시중은행에 계좌를 연 다음 북한과 교역할 때 미국 달러화를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 업체가 조선광선은행에서 금융지원 또는 지불보증을 받았으면서도, 조선광선은행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위장회사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최근 홍샹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결국 미 법무부의 기소에 따른 것으로서, 미국이 중국의 입장을 감안해 중국 당국의 조치 이후 기소 사실을 공개하고 제재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덤 수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이번 조치가 북한의 무기 확산을 도운 핵심 불법 거래망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미국 금융제도가 악용되는 일을 막고 북한 거래망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WMD 확산과 관련된 불법 행위에 직접 가담한 업체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불법 행위자와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한 2차 제재)은 아니지만, 북중 무역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외교부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중국뿐 아니라 제3국의 개인 및 단체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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