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통가요 리듬에 친숙한 노ㆍ장년층을 위해 트로트(뽕짝)와 재즈를 결합한 ‘뽕쯔’ 공연을 마련했습니다. 또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재즈를 배울 수 있는 참여형 공연 ‘재키즈’도 열립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국내 최고 인기 음악축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김사희(36) 운영기획팀장은 행사 개최(10월1~3일)를 나흘 앞둔 27일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는 브라질의 국보급 가수 카에타누 벨로주가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하고 실험적인 재즈 음악을 해온 미국 밴드 오리건, 프랑스 드러머 마누 카체 등이 무대에 오른다.
재즈라는 낯선 음악 장르를 대중적인 축제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인재진 총감독을 제외한다면 김 팀장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기획 단계를 비롯해 1회 때부터 부단히 일한 유일한 직원이다. 국악을 전공한 김 팀장은 아쟁을 연주하다 우연찮은 기회에 인재진 총감독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일하며 공연계에 발을 내디뎠다. 초기에는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좋은 음악, 좋은 공연에 대한 믿음”으로 즐겁게 일했다.
자라섬재즈패스티벌을 소수 음악 마니아가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기는 무대로 만들기 위해 뽕쯔와 재키즈를 기획한 김 팀장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계속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보완하고 싶은 것이 계속 생기고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들이 떠올라서 만든 공연이 재키즈와 뽕쯔다, 장기적으로는 가평에서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무료로 악기를 가르치거나 밴드 활동을 돕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연주자라도 좋은 공연을 만들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 믿었는데 자라섬재즈페스티벌도 3회 때부터 조금씩 희망을 품게 됐다”라며 그가 13번의 가을마다 자라섬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부침이 심하고 이직률이 높은 공연업계에서 그처럼 15년간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했기 때문에 회사가 어려울 때도 흔들림이 없었다”고 했다.
김 팀장이 페스티벌에서 맡은 일은 주로 인력 운용과 관련된 것이다. 행사 운영과 진행을 맡은 스태프들을 비롯해 자원활동가, 장비 관련 스태프들이 유기적으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지휘한다. 특히 연인원 20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현장 곳곳에서 제 역할을 담당하는 280명의 자원활동가 ‘자라지기’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자랑거리다.
김 팀장은 자라지기를 모집하고 교육해 현장에 투입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과거 자원활동가로 참여했던 사람 중 다시 자원활동을 하는 경우가 전체 자원활동가 중 약 40%”라며 “올해까지 세 번째 이상 참여하는 자라지기가 82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12회째 참여하고 있는 자라지기는 처음 학생이었다가 직장인이 된 뒤 매년 휴가를 내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운영을 맡고 있는 12명의 상주직원 중에서도 3명이 자라지기 출신이다. 공연 사이를 가벼운 율동과 노래로 채우는 ‘자라섬 체조송’도 자라지기 출신 작곡가가 2011년부터 맡아 매년 새로운 버전을 내놓고 있다. 김 팀장은 “내가 모든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일해본 경험이 여러 자라지기들이 일종의 반장 역할을 해준다”며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즐기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 자라섬불꽃축제, 가평수제맥주축제 등 축제의 명소가 된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열리기 전만 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곳이었다. 인 감독과 김 팀장 등은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아예 거주지를 옮겨 가평 주민이 됐고 그 결과 가평은 수도권 축제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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