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메디안-송염 등 11종
지난해 5000만개 생산, 유통
회사 측 “전량 교환-환불 조치”
전문가들 “독성 거의 없는 수준”
유럽-미국서도 자유롭게 사용
일부 “동물실험서 위해 사례
여러 경로 노출 땐 위험할 수도”
식약처, 기준 초과 여부 현장조사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치약이 회수 조치에 들어갔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치약을 삼킬 수도 있다, 한 방울이라도 몸에 들어가면 위험한 거 아니냐” 등의 우려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인체에 위해를 가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일부에선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제조사 현장조사에 나섰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ㆍ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ㆍMIT)이 함유된 아모레퍼시픽의 11개 치약은 CMITㆍMIT 성분을 0.0022~0.0044ppm 함유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지금의 농도로는 인체에 독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CMITㆍMIT 성분은 증기 형태로 흡입해 면역체계가 약한 기관지나 눈에 독성을 가할 때 위험해지는데, 식도나 위, 장 등은 상대적으로 튼튼한 기관이라 피해가 적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해당 성분을 치약에 자유롭게 사용하고, 유럽에서는 15ppm까지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도 “해당 성분이 치약에 쓰이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위해도로 보면 고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학물질은 어떤 용도로 어느 만큼 사용하느냐가 중요한데, 문제될 만한 함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용 시 소량을 사용하는데다 씻어내는 유형이기 때문에 바르는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답했다.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없진 않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CMITㆍMIT 성분이 소화기를 통해 흡수될 경우 혈액을 통해 전신 순환하며 폐 손상을 유발한다는 동물실험이 있다”며 “입으로 섭취할 경우 독성이 작용한다는 건데, 치약은 아무래도 삼킬 수 있는 제품이라 안전하다고 못 박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성분은 살균제로 물티슈, 세제, 구강청결제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며 “여러 경로를 통해 인체에 노출되면 위해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문제된 제품을 전량 교환 및 환불해주겠다고 밝히고 공식 사과했다. 이에 따라 ‘메디안’과 ‘송염’ 등 회수 조치 대상 치약 11종은 28일 오전 9시부터 구매일자나 사용 여부, 본인 구매 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과 관계 없이 가까운 판매처나 아모레퍼시픽 고객상담실(080-023-5454), 유통업체 고객센터를 통해 교환ㆍ환불 받을 수 있다. 메디안과 송염은 국내 치약시장에서 각각 20.1%(2위), 5.5%(5위)를 점유하는 브랜드로, 문제가 된 11개 제품은 지난해 약 5,000만개 생산됐다.
이날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CMITㆍMIT 성분이 함유된 원료물질이 애경산업 코리아나화장품 등 30개 업체에 치약 구강청결제 샴푸 화장품 등의 용도로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성분을 생활용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문제의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보건복지부는 식기 세척제와 일회용 물수건 등 기타위생용품에도 해당 성분이 쓰였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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