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앨러다이스(61)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의 뒷모습이 영국 언론의 탐사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7일(한국시간) 탐사보도팀이 취재 과정 중 앨러다이스 감독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단독으로 공개했다. 텔레그래프의 탐사보도팀은 축구계에 부패 문제를 10개월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앨러다이스 감독과 접촉했다. 탐사보도팀은 아시아의 에이전트 업계 관계자로 위장하고 앨러다이스 감독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앨러다이스 감독은 서드파티 계약에 관련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을 회피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서드파티 계약은 선수의 소유권이 축구 구단이 아닌 제 3자가 소유권을 갖고 이적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32ㆍ보카 주니어스)와 콜롬비아의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30ㆍAS모나코) 등이 이 서드파티 계약으로 인해 이적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2007년 테베즈를 임대 영입했던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이듬해 테베즈의 완전 영입을 추진했지만 서드파티 업체가 개입하면서 무산됐다. 이적이 무산된 후 퍼거슨 감독은 “어떤 에이전트는 이적에 합의하는 대가로 아파트 한 채를 요구하기도 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팔카오의 경우는 2013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68경기에 출전해 52골을 넣는 맹활약을 보이며 빅클럽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서드파티 업체가 개입하면서 선수 의사보다는 이적료 수입을 노리는 업체의 입김이 작용해 AS모나코로 이적해야 했다.
이런 선수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영국은 2009년부터 서드파티 업체의 선수 소유권을 일체 인정하지 않았고, FIFA는 2015년 5월 1일부터 서드파티 계약을 전면 금지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이에 대해 “(피하는 것은)어렵지 않다”며 과거의 일을 소개했다. 앨러다이스 감독이 웨스트햄 감독이었던 2014년에 에네르 발렌시아(27ㆍ에버튼)를 영입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우리가 발렌시아를 파추카(멕시코리그)에서 영입하려 했을 때 그는 서드파티 에이전트와 계약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앨러다이스 감독은 여전히 남아메리카,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와 모든 아프리카에서는 서드파티 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언급한 후 앨러다이스 감독은 규정을 회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대가로 40만 파운드(약 5억7,000만원)를 요구했다. 또한 그는 텔레그래프 탐사보도팀이 가상으로 만든 에이전트 회사의 홍보대사로서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방문하는 것도 합의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또한 텔레그래프 탐사보도팀과의 자리에서 전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로이 호지슨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유로2016에서 호지슨이 “너무 우유부단했다”고 비난했다.
텔레그래프는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 게재 하루 전, 18개의 질문을 만들어 잉글랜드 FA에 공식 질문했다. 하지만 잉글랜드 FA는 답변을 거부했다. 또한 텔레그래프는 앨러다이스 감독에 정식으로 질문했지만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잉글랜드 FA는 텔레그래프의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앨러다이스 감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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