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사회에 불거진 국민의례 거부 논쟁이 미국프로농구(NBA) 코트로 옮겨졌다. NBA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32ㆍ클리블랜드)는 27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클리닉 코트에서 열린 구단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경기 전 국가 연주에 기립하지 않고 있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나는 국가가 나올 때 일어날 것”이라면서 “다만 콜린 캐퍼닉의 뜻을 존중한다. 캐퍼닉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과 행동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논란을 부른 캐퍼닉은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으로 지난달 21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레비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린베이 패커스와 경기에 앞서 진행된 국가 연주 도중 기립을 거부했다. 그는 성조기가 펄럭이고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국가가 연주될 때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1931년 미국 국가가 된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영ㆍ미 전쟁이 한창이던 1814년 볼티모어 인근 매킨리 요새 전투에서 미국이 승리한 데 영감을 얻은 프랜시스 스콧 키가 쓴 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문제는 키가 노예제 폐지에 반대했고, 흑인에 대해 ‘열등한 인종’이라고 주장했던 당사자라는 점이다. 캐퍼닉은 경기 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미국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생각을 담아 기립을 거부했다”며 “흑인과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자부심을 보이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캐퍼닉은 이전부터 트위터에서 부당하게 억압받는 흑인과 유색인종을 옹호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인종차별을 비판했다.
캐퍼닉은 이후 경기마다 기립을 거부하고 있으며 그의 행동은 큰 반향을 일으켜 수많은 선수가 캐퍼닉의 뜻에 공감하며 국가 연주 중 기립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사회 문제로 번져 현지 언론과 SNS에서는 그의 행동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NFL과 그의 소속 구단은 국민의례에 기립하는 게 선수의 의무는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반면 NFL의 커미셔너인 로저 구델은 캐퍼닉의 행위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저항할 권리 자체는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정치인들까지 가세했다. 미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그는 자신에게 잘 맞는 나라를 찾아야 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의사를 정당하게 표현하는 캐퍼닉의 행동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라며 “그가 헌법의 기본권을 행사했다”고 옹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퍼닉이 한 일은 논의가 필요한 주제에 더 많은 토론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그렇게 해 온 역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26일 2016~17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많은 흑인 스타를 보유한 NBA는 제임스의 발언 이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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