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이세돌 9단
<장면 17> 우상귀에서 엄청난 패싸움이 벌어졌다. 백이 패를 이기면 단박에 역전이다. 줄곧 비세에 몰렸던 박정환이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물론 이세돌이 이 같은 결과를 미리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흑이 우상귀를 지키지 않으면 실전 진행과 같이 패싸움이 벌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 봤자 흑의 패감이 워낙 많아서 충분히 패를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기에 과감히 손을 뺀 것이다. 역시 세계 최고의 싸움꾼다운 배짱이다.
두 선수가 본격적인 패싸움을 시작했는데 흑은 5부터 23까지 상변에서 자체 패감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이에 반해 백은 더 이상 마땅한 패감이 없다. (4 10 16 22 … △, 7 13 19 25 … 1)
할 수 없이 박정환이 26으로 좌상귀에 패감을 썼지만 이세돌이 이를 불청하고 27로 패를 해소했고, 박정환이 28로 뻗어서 흑 석 점을 잡았다. 패싸움의 대가로 백이 좌상귀에서 상당한 이득을 취했지만 흑이 <참고도> 1, 2를 선수 교환한 다음 3으로 백 한 점을 빵따낸 게 그에 못지않게 큰 자리여서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흑의 우세다.
이후 박정환이 몇 수 더 끝내기 수순을 진행했지만 전혀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15 때 결국 돌을 거뒀다. 끝까지 마무리를 했다면 흑이 반면 10집 이상 남길 수 있는 형세였다. 263수 끝, 흑 불계승.
이세돌이 결승 1, 2국을 잇달아 승리해 통산 4번째 명인 타이틀 획득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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