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이광수(1892~1950)의 친필시집 ‘내 노래’와 ‘내 노래 상(上)을 처음 발굴했다고 하타노 세쓰코(波田野節子) 일본 니가타대 명예교수가 24일 밝혔다.
하타노 교수는 이날 서울 한국어문회관에서 열린 ‘제12회 춘원연구학회 학술대회’ 발표에서 도쿄외국어대 중앙도서관이 1992년 사들여 소장하고 있던 것을 최근 확인했다며, 이들 시집은 1962년 한국 출판사 삼중당이 발행한 이광수 전집에 그 존재가 기록돼 있으나 원본은 공개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내 노래’에는 ‘문’ ‘병든 걸인’ ‘모르는 은혜’ 등 시 5편이 친필로 쓰여 있고, ‘내 노래 상’에는 61편의 친필 시가 담겨있다. ‘내 노래 상’에 수록된 시들은 대부분 전집에 담겨있지만, 3편은 전집에 누락됐다 이번에 처음 빛을 보게 됐다.
하타노 교수는 ‘내 노래 상’이 쓰인 시기를 이광수가 반민족행위처벌법으로 체포됐다 풀려난 1949년 3월 직후 2개월 반 사이로 봤다. 특히 그 해 5월 18일에 쓴 장시 ‘구데기와 개미’는 이광수가 자신의 대일 협력 행위를 시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타노 교수는 이번 발굴로 “전집에 실리지 않은 작품들을 보충할 수 있고, 전집에 있는 오ㆍ탈자를 바로 잡을 수 있고 이광수가 시들을 배치한 순서를 알 수 있다”며 “‘내 노래 상’을 분석해 이광수의 만년 심경을 밝혀나가는 것이 앞으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사진판 이광수 친필시집’(가제)도 낼 예정이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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