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질주가 무섭다. 정규리그 6경기를 남기고 18승14무(승점 68)로 단독 선두다. 2위 FC서울(승점 54)에 한참 앞서 2014, 2015년에 이은 3연패가 유력하다. 최초 무패 우승도 가능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전북은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검찰 수사 결과 전북 스카우터가 K리그 전직 심판 두 명에게 5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비록 2013년 일이지만 구단 스카우터가 직접 연루돼 충격이 컸다.
사건이 불거진 지 4개월이 지났지만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금품의 대가성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스카우터와 두 심판은 법정에서 봉투는 주고받았지만 청탁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8일이 선고 공판인데 프로연맹은 판결 후 상벌위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이다.
청탁은 없었다는 주장은 그들이 (처벌을 피하거나 형량을 낮추기 위해) 펼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다. 하지만 프로연맹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공교롭게 선고 공판 당일인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이 법의 취지는 대가성이 없어도 직무와 연관되면 처벌 대상이라는 거다. 이들이 김영란법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구단 스카우터와 심판이 직무 연관성이 있는 지, 없는 지는 삼척동자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요즘 축구계에는 ‘올 시즌 우승팀은 상벌위에 물어보라’는 말이 나온다. 전북이 몇 점의 승점 감점 징계를 받느냐에 따라 1,2위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상벌위가 미뤄지며 시즌 막판까지 왔고 징계 수위가 우승의 최대 변수가 되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상벌위 안팎에서는 전북이 경남FC보다 경미한 징계를 받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남은 전 대표이사가 재직하던 2013년과 2014년 4명의 심판에게 6,700만원를 건넨 혐의로 작년 말 승점 10점 감점, 벌금 7,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전북은 경남에 비해 매수자 직급이 낮고 금품 액수도 적으니 징계가 가벼워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잘못은 (경남) 프런트가 했는데 승점 감점으로 애꿎은 선수만 피해를 보니 감점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거꾸로 된 인식이다. 경남에 내려진 징계가 솜방망이라 당시에도 많은 비판이 일었다. 전북에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강력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대가성 여부에 관계없이 심판에게 돈을 건네면 경남이 아닌 전북 수준으로 철퇴를 맞는다는 선례가 필요하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프로연맹이 ‘경남 때 제대로 처벌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프런트 잘못으로 선수가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상벌위원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부 구단의 잘못으로 ‘심판 매수가 가능한 리그’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리그 전체의 상처를 생각해보라고.
한 축구인은 현 사태를 이렇게 비꼬았다.
“심판에게 돈을 줬는데 고작 승점 10점 감점(혹은 그 이하)에 7,000만원 벌금이요? 그거 남는 장사 아닌가요? 너도 나도 시도할 것 같은데요.”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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