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걸음 소리까지 포착
1000만원대 캠코더와 비슷”
LG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앞면에 듀얼 카메라를 도입한 스마트폰 V10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엔 뒷면에 ‘두 개의 눈’을 장착한 새 스마트폰 V20를 출시한다.
최근 듀얼 카메라는 스마트폰 업계의 대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중국 등에 출시된 애플 ‘아이폰7플러스’도 뒷면에 광각ㆍ망원 두 개의 렌즈를 장착했다. V20가 아이폰7플러스와 다른 점은 75도 화각의 일반각 카메라와 135도 화각의 광각 카메라를 달았다는 것이다. 조준형(40) LG전자 책임 연구원은 26일 “우리도 애플처럼 망원 렌즈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넓게 펼쳐진 자연 풍경과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광각 렌즈가 이용자 관점에서 사용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 본부 소속인 조 연구원은 미래 기술 연구를 주력으로 하는 선행상품연구소 소속 손영주(40) 선임 연구원과 함께 V20의 카메라 개발을 이끈 주역이다.
두 연구원은 V20 카메라의 자랑거리로 동영상을 찍을 때 소리를 고음질로 담아주는 ‘하이파이 레코딩’을 꼽았다. 보통 고가의 캠코더에 들어가 있는 기능으로 이를 스마트폰에 적용한 것은 V20가 처음이다. 저음부부터 고음부까지 표현할 수 있는 음질 단계의 수를 ‘비트’라고 하는데, 기존 스마트폰들이 동영상 녹화 때 16비트 이하의 음질로 담는 반면 V20는 24비트 음질로 담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작은 발걸음 소리 등 세세한 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손 연구원은 “화질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는데 음질은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발전이 없었다”며 “스마트폰 동영상을 한 단계 진화시키기 위해 ‘음질’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부터 개발팀은 1,000만원대 캠코더와 비슷한 수준을 목표로 약 10개월에 걸친 개발 끝에 고음질 동영상 녹음 기능을 손 안으로 불러오는 데 성공했다.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손 연구원은 “이용자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찍을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수 백 번 시험했다”며 “거리, 콘서트장, 재즈바뿐 아니라 한 여름 산 정상에 올라가 새 소리나 바람 소리가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는지도 측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V20가 1인 동영상 창작자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으로 봤다. 조 연구원은 “V20만 있으면 캠코더 없이도 수준급 동영상을 찍는 데 문제가 없다”며 “소비자들도 일단 써보면 LG전자가 왜 그렇게 카메라에 공을 들였는지 분명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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