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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설마 설마했는데” 당혹… 오너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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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설마 설마했는데” 당혹… 오너 공백 우려

입력
2016.09.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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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신청 등 차질 불가피

일각선 최악 상황에 대비

“비상경영계획 세워야” 지적

신 회장 외부 일정 잡지 않고

실무자와 영장실질심사 대비

“법원의 현명한 판단 기다릴 것”

[160926-3] [저작권 한국일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이 청구된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160926-3] [저작권 한국일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이 청구된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설마 설마했는데, 결국 올 것이 왔다.”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이날 오전 전해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 소식에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임원들 얼굴도 하나같이 새까맣게 변했다. 사실 그 동안 롯데 주변에선 신 회장의 소환 조사 직후 검찰의 장고가 이어지자 구속 영장까진 청구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한 임원은 “신 회장의 검찰 조사 이후 언론이나 주변 분위기를 보고 들었을 때 구속 영장 청구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검찰의 영장 청구에 놀람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책본부 대책 회의도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계열사 직원들도 불안감은 마찬가지였다. 한 계열사 직원은 “직원이 2명 이상만 모이면 영장 청구와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야기만 쏟아내고 있다”며 “점심 식사 자리도 ‘이러다가 정말 잘못되는 건 아니냐’는 불안으로 시작해 걱정스러운 전망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경영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볼멘소리도 나왔다.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지 검찰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고용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일자리 창출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임원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때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게 과연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는 물론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잡아들인 이번 검찰 수사로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장 현실적 문제도 제기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획대로 진행은 하겠지만 당장 다음 4일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신청도 이런 상황에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그룹 정기 인사와 내년 사업 계획도 세워야 하지만 사실상 모든 게 정지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그룹의 실무 경영을 책임져 온 고 이인원 부회장의 공백에 쇼핑, 백화점, 마트, 케미칼, 제과, 물산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대부분 구속 또는 출국 금지상태인 상황에서 정상적 경영은 불가능하다.

신 회장은 어떤 외부 일정도 잡지 않고 그룹 내 실무자들과 함께 영장 실질 심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다음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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