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입 의혹에 휘말려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면서도 이사회 의결이나 심의 등의 절차조차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6일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거액을 출연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하면서 사전심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출연결정을 내렸다. 포스코 이사회 규정은 10억원 이상의 기부ㆍ찬조에 대해서는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15억원 출연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찾을 수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기업들이 계열사에서 ‘쪼개기’ 형식으로 출연금을 거둔 정황도 포착됐으며,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등 8개 계열사로부터 1억~6억3,000만원을 거둔 GS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노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재계 내부의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미르ㆍK스포츠 재단을 설립했으며 출연 규모나 방법 등 재단설립 방침이 거의 결정된 시점에 청와대에 알렸다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설명과 크게 엇갈린다.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사업이라면, 회원 대기업들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80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모았다는 게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런 재단 설립을 제안한 적이 없다”는 관련 대기업들의 부인까지 나왔다. 의혹이 커지자 이 부회장은 미르ㆍK재단의 구체적 사업계획을 다음달에 내놓고 이사장 교체 등의 재단개편도 하겠다고 밝혔지만 동문서답일 뿐이다.
정권의 개입 의혹을 차단하겠다고, 전경련이 ‘독박’을 쓰겠다고 나선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어버이연합에 대한 지원 의혹도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전경련의 이런 자세는 회원사에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본래적 존재 이유는 물론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도 무관하다. 이미 국민적 의혹이 청와대는 물론이고 평소와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인 전경련에도 쏠려있다. 전경련이 속히 상식에 합당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한 정권과 재계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만 뚜렷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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