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 부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재점화
실제로 성과 낼지는 미지수
경찰이 이철성 청장 취임을 계기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최근 잇따라 터진 법조비리와 정치권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논의를 계기로 수사권 확대를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과거에도 소리만 요란했을 뿐 흐지부지된 적이 많아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찰청은 기존 수사국 내에 있던 수사연구관실 명칭을 수사구조개혁팀으로 변경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관실 산하에 있던 1,2,3계도 전략기획과 협력대응, 수사정책으로 각각 이름을 바꿔 운영하기로 했다. 또 기존 2계에서 전담하던 수사구조 업무를 형사소송법 개정과 국회 대응은 전략기획계, 검사 권한을 명시한 헌법개정은 협력대응계, 수사제도ㆍ정책 연구는 수사정책계에 나눠 맡겨 수사권 조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법조비리 사건으로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라며 “수사ㆍ기소권 분리라는 선진 형사사법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수사전담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을 뗀 셈이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조직개편을 단행한 적이 여러 차례 있으나 매번 공론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2003년 총경급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제도개선팀을 최초로 만들었고, 2011년에는 관련 업무를 경무관급 수사구조개혁단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 수사권 조정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총경급으로 다시 위상이 하락된 뒤 수사연구관실이라는 이름으로 명맥만 유지해 왔다.
경찰은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특히 공수처 신설이 검찰 개혁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이 생겼다는 논리다. 이 청장도 취임 일성을 통해 “검찰 부패비리 수사는 경찰에 맡겨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 내 수사권 확대에 앞장서 온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은 “강신명 전 청장 재임 당시 수사구조개혁팀을 축소한 것은 그간의 노력을 후퇴시키는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며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새로운 동력도 생긴 만큼 치밀한 연구를 거쳐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경찰 수사권 확대 여부는 결국 수뇌부의 일관된 추진력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김상원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권 성향이나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경찰이 수사권을 전담해야 하는 근거를 마련한 뒤 법제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게끔 장기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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