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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손 내미는 중국… “쿠바 거쳐 라틴아메리카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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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 손 내미는 중국… “쿠바 거쳐 라틴아메리카 공략”

입력
2016.09.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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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왼쪽) 중국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아바나=AP 연합뉴스
리커창(왼쪽) 중국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아바나=AP 연합뉴스

중국이 라틴아메리카 공략을 염두에 두고 쿠바에 적극 구애하고 있다. 당장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쿠바 방문이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리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1959년 쿠바혁명의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예방했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친형이자 올해 90살인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과의 회동은 쿠바가 이번 리 총리의 방문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ㆍ외교분야에서 영향력이 여전한 피델 카스트로는 2014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반(反)서방 국가원수들과의 회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리 총리도 이번 방문에서 ‘돈 보따리’를 풀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쿠바의 부채를 대폭 탕감하는 동시에 아바나 일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을 위한 4건의 대규모 신규대출을 제공했다. SCMP는 “미국의 봉쇄 조치를 받아온 쿠바에게 중국은 제2의 무역대상국이지만 지난해 쿠바의 대중국 수출액은 3억3,000만달러로 같은 해 중국 수입액의 0.2%에 불과했다”면서 “리 총리가 쿠바에 공식적인 경제협력 이외에 ‘특별한 경로’를 통한 지원을 약속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양국이 경제ㆍ기술과 재정ㆍ금융, 산업ㆍ에너지, 정보통신, 환경보호, 검역 등 20여 건의 분야별 협정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그러나 부채 탕감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부채 탕감이나 경제 지원 규모를 공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쿠바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한 신중한 보도인 셈이다.

중국이 쿠바의 체면까지 고려하면서 아낌없이 퍼주는 데에는 전략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외교관계 재개를 계기로 서방의 경제교류와 지원이 가능해진 뒤 쿠바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매우 커졌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ㆍ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을 시도하고 있고, 서방국가들은 쿠바의 사회주의 정치체제 탈피를 유도하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는 쿠바가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유지한 가운데 라틴아메리카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할 필요성이 큰 것이다.

중국은 중남미 좌파 정권의 몰락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7월 시 주석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쿠바 등 4개국을 국빈방문하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와 경제협력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접어든 사례가 많지는 않다. 경우에 따라선 이들 국가의 정치적 격변 와중에 경협ㆍ투자 합의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 총리의 쿠바 방문은 중남미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확대 합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계기의 의미도 큰 셈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쿠바 방문 직후 리 총리의 방문이 이뤄진 점을 거론한 뒤 “2014년에도 시 주석과 아베 총리가 경쟁적으로 남미 국가들을 순방했다”면서 “미국ㆍ일본을 위시한 서방국가들과 중국의 경쟁이고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정치체제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ㆍ전략적 성격의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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