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한 길을 걸어왔는데….”
박성화(61) 전 경남FC 감독은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별세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급성 백혈병과 싸워온 이 감독이 26일 별세했다. 향년 52세.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8일이다.
박 감독은 이 감독과 인연이 깊다. 박 감독이 프로축구 유공 사령탑 시절 이 감독이 주장이었다. 박 감독이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2005년 네덜란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지휘봉을 잡았을 때 이 감독이 코치로 보좌했다. 이 감독은 김포통진고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유공과 수원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박 감독은 “가진 기량에 비해 저평가됐지만 기술이 뛰어나고 영리한 선수였다”고 했다.
선수 은퇴 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지도자로 옥석 발굴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특히 국내 지도자로는 드물게 16년간 유망주 육성이라는 한 우물을 파 결국 빛을 봤다. 이 감독은 2009년 나이지리아 U-17 월드컵 8강,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 2013년 터키 U-20 월드컵 8강 등의 성적을 냈다. 손흥민(24ㆍ토트넘)을 비롯해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25ㆍ광저우), 권창훈(22ㆍ수원) 등 국가대표 선수 다수가 이 감독 제자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맡아 한국 축구에 28년 만에 금메달을 안기며 2016년 리우올림픽 감독에 선임됐지만 작년 1월 갑작스러운 백혈병 증세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는 지도자 시절 윗사람들에게 불편한 존재였지만 아랫사람들에게는 인기가 높았다. 고위 임원이나 축구계 대선배라도 원칙에 어긋나면 강직하게 맞선 반면 선수나 스태프에게는 늘 관대했다. 이 감독이 청소년대표 코치 시절 3년 동안 매니저로 함께 했던 조준헌 축구협회 홍보팀장은 “아랫사람에게는 늘 한결같은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은 26일 명단 발표에 앞서 “한국 축구에 오랜 기간 헌신한 분을 먼저 보내드려야 해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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