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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심 지진’의 진앙

입력
2016.09.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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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8의 지진에 대한민국이 흔들렸다. 한반도 남동부 천년 고도 경주가 진앙으로, 측정 사상 가장 큰 지진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지금까지 한반도는 지진 피해가 큰 지역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초대형 지진이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발생해도 그저 우리의 일은 아닌 것으로 안심해왔다. 그러나 추석 명절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난 12일 저녁 발생한 지진은 온 국민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비슷한 시각에 4.5의 강력한 여진이 같은 지역에서 뒤따랐다. 역사적으로 이번에 큰 지진이 일어난 경주를 비롯해 한반도에서 꽤 큰 지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일본은 얼마 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위험지역이다. 중국에서도 수년 전 쓰촨 대지진이 일어나는 등 이들 사이에 놓인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지적은 수도 없이 있었다. 관계연구기관에서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지역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가 양산단층대와 가깝다는 보도에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다. 우리 역사는 그리고 최근 과학적 연구는 여러 차례 한반도 지진을 경고해 왔다. 지진은 현대의 과학 기술로도 정확한 발생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발생 자체를 막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지진이 일으킬 피해보다 더 걱정되는 일은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함이다.

빅데이터 분석 매체인 소셜 매트릭스를 통해 최근 1개월간 지진과 관련 있는 단어를 분석해 보았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빈도수가 많은 관련 빅데이터 중 가장 눈에 띄는 연관어는 ‘문자’였다. 지진 발생 전후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난 대응 교육과 재난 경보 시스템이다. 사전 교육을 통해 지진이 발생할 경우 행동요령을 숙지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음으로는 사후 조치인 재난 문자 발송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운 사태와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가장 신속하게 지키는 방법이 문자 발송이다. 단순한 문자를 넘어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어떤 대피가 가장 적절한지 안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대정부질문을 통해 드러난 재난 주무 부처인 국민안전처의 설명은 듣기조차 당황스럽다. 제대로 문자 발송이 되지 않는 책임을 통신사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같은 기관의 빅데이터 분석에서 지진과 관련 있는 감성어 분석을 해본 결과, 지진 발생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놀라다’ ‘무섭다’ ‘극심하다’ ‘미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매우 큰 공포를 드러냈다. ‘국민안전처’를 키워드로 입력하여 가장 최근인 25일까지 감성어 분석을 하면 ‘나태한’ ‘들통나다’ ‘불안한’이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했다. 관련 단어를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어 분석을 해보면 대부분이 부정적 인식이다.

예측 불가능한 지진이지만 피해는 정부와 온 국민이 합심하여 극복하면 될 일이다. 지진보다 더 심각한 공포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비단 지진뿐만이 아니다. 해운과 조선업의 몰락 과정을 비롯해 뿌리 깊이 부패해 버린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적 일탈에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각종 인사 파동은 이제 일상처럼 되어 버렸고 정의 사회의 최후 보루인 사법 조직도 퍼런 멍이든지 오래다. 자연 현상인 지진은 활성단층의 정밀한 연구와 단층 지도 작성을 통해 기술적 예방 수준을 점차로 높여갈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한 대처에 분노한 ‘민심 지진’은 진원지의 깊이조차 가늠하지 힘든 상황이다. 계측조차 불가능한 ‘민심 지진’에 정부와 정치권이 떠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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