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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토론은 트럼프의 변덕이 가른다?

입력
2016.09.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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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와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왼쪽)와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선 판도는 박빙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공화 양당 모두 26일 밤9시(현지시간, 한국 시간 27일 오전 10시) 열리는 대선 후보 1차 토론회를 최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전체 유권자의 3분의1 가량이 TV토론을 지켜본 뒤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월스트리트저널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힐러리 클린턴(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양 진영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심정으로 토론회에 임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정경험이 풍부한 클린턴이 토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변수는 역시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다. 트럼프 캠프조차 TV쇼 프로그램(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 경험이 있는 트럼프가 특유의 순발력으로 리드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변덕스러운 그의 막말을 걱정하고 있다.

미 대선후보 1차 토론이 후보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계층별 응답. 자료: WSJ
미 대선후보 1차 토론이 후보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계층별 응답. 자료: WSJ

클린턴은 ‘능력이 검증된 지도자’라는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구체적 정책 제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NBC뉴스에 따르면 클린턴 측은 선거캠페인 공식사이트인 ‘힐러리 클린턴 2016: 미국을 위한 힐러리’에 핵심 이슈 39개를 열거해놓고 있다. 여기에는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대책, 의료보험 개혁, 사법개혁 등 다양한 이슈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클린턴은 이슈별로 쟁점과 구체적 공약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상태다.

클린턴은 변덕스런 트럼프가 감정을 자극할 경우 대범하게 대응하는 방법도 배웠다. 거친 공격에 휘말려 인상을 찌푸리거나 한숨을 쉬는 등 유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토론의 패배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전략은 클린턴과 정반대다. 공직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구체적 각론을 얘기하기보다는 ‘위대한 미국’등 비전 제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이 외교ㆍ안보, 교육, 조세개혁 등에서 구체적 공약을 묻고 나서더라도, “그런 사소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 나를 믿어달라. 미국이 위대해지면 다 잘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맞받아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신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토론 방식으로 클린턴을 몰아붙일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가 언제 무슨 말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클린턴 진영이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클린턴 모두 승자가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우열이 엉뚱한 변수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양 캠프는 특히 진행자를 두고 각별히 신경전을 벌였다. 1차 토론의 진행자로 낙점된 NBC방송 앵커인 레스터 홀트가 토론에 어느 수준 개입하느냐에 후보별 명암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두 후보가 토론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 경우 진행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진위를 가려줘야 하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멕시코 이민자의 범죄 통계 등에서 이미 숱한 거짓말을 쏟아낸 트럼프 진영에서는 “원활한 토론을 위해서는 진행자가 나서 후보 주장의 진위를 가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클린턴 진영에서는 홀트 앵커가 토론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팀 케인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진정한 토론”이라고 주장했다. 홀트 앵커가 토론 개입 여부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지는 토론이 시작된 뒤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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