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24ㆍ토트넘)이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지난 24일(한국시간) 미들즈브러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끈 손흥민은 영국 현지에서 연일 찬사를 받고 있다. 손흥민은 영국 BBC가 선정한 6라운드 베스트11에도 선정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6일 국가대표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경기력은 칭찬하면서도 “경기 외적인 행동은 문제가 있다. 불손한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흥민이 지난 1일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홈 1차전에서 교체 아웃될 때 물병을 차며 불만을 드러낸 걸 지적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비롯한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10월 3일 소집해 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 뒤 다음 날 출국해 11일 오후 11시45분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원정 4차전을 소화한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최대 고비로 꼽히는 2연전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화살은 손흥민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최근 소속 팀에서 교체 아웃될 때 역시 감독과 인사도 나누지 않아 논란이 된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과 지난 5월 언론을 통해 감독에게 불만을 표출한 이청용(28ㆍ크리스탈 팰리스)까지 언급했다. 기성용과 이청용도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는 어딜 가든 한국 선수들의 긍정적인 자세나 규율 잡힌 모습은 믿어도 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최근 이런 행동들은 본인 뿐 아니라 한국 축구 위상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경기장 밖에서 표출하지 말고 경기장 안에서 모든 걸 쏟아 붓고 말하는 선수를 보고 싶다”고 꼬집었다.

슈틸리케의 이날 발언은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의도적인 포석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3-2 승), 시리아(0-0 무)와 최종예전 1ㆍ2차전에서 1승1무로 승점 4점 밖에 얻지 못했다. 중국전은 이겼지만 막판 집중력을 잃고 2골을 헌납하며 문제점을 드러냈고 시리아전은 슈틸리케 감독이 “승점 1을 딴 게 아니라 승점 2를 잃었다”고 할 정도 졸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태도 논란이 불거지자 확실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중국-카타르와 2연전에서 제외했던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35ㆍ서울)를 다시 발탁한 배경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에) 뛰든 안 뛰든 곽태휘처럼 중심이 되고 규율을 잡아주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의 자기반성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달 2연전에 대해 “차분하게 영상을 보며 복기해보니 3가지 실수를 범했다”고 말했다.
첫째는 시리아전 막판에 교체 카드로 황의조(24ㆍ성남)를 쓰지 않은 점, 둘째는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형편없는 잔디를 말한 부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잔디를 말한 게) 핑계를 찾는 것처럼 보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23명 엔트리 중 20명만 뽑은 대목을 들었다. 그는 “솔직히 3명을 더 뽑았다고 경기력이 좋아지거나 선수들이 실수를 적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명이나 23명이나) 큰 상관은 없다”고 힘줘 말했다. 엔트리 숫자를 놓고 일부 언론이 침소봉대한 것 아니냐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어 “어쨌든 내 권리(23명을 다 뽑는 것)를 행사하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다. 앞으로 잡음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날 발표된 명단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공격수 김신욱(28ㆍ전북)이다. 작년 7월 동아시안컵 이후 1년 2개월 만에 부름을 받았다. 왼쪽 수비수 홍철(26ㆍ수원)과 미드필더 김보경(27ㆍ전북)도 각각 1년, 1년 6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대표팀 명단(23명)
▲골키퍼=김진현(29ㆍ세레소 오사카) 권순태(32ㆍ전북) 김승규(26ㆍ빗셀 고베)
▲수비수=김기희(27ㆍ상하이 선화) 장현수(25ㆍ광저우 R&F) 홍정호(27ㆍ장쑤 쑤닝) 곽태휘(35ㆍ서울) 이용(30ㆍ울산) 정동호(26ㆍ울산) 오재석(26ㆍ감바 오사카) 홍철(26ㆍ수원 삼성)
▲미드필더=정우영(27ㆍ충칭 리판) 김보경(27ㆍ전북) 한국영(26ㆍ알 가라파) 손흥민(24ㆍ토트넘) 이재성(24ㆍ전북) 이청용(28ㆍ크리스탈 팰리스) 기성용(27ㆍ스완지 시티) 남태희(25ㆍ레퀴야) 구자철(27ㆍ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
▲공격수=석현준(25ㆍ트라브존스포르) 김신욱(28ㆍ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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