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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의 눈물

입력
2016.09.2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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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렇게 불쌍한 사람 아니야. 나 대학도 나온 여자야. 아파트도 있어. 큰애는 미국에 어학연수도 보냈어. 나 그런 사람이야. 동정 받을 사람 아니야. 그런데, 지금 내 새끼가 바다에서 죽었어. 나는 이제 길거리도 못 다녀. 왜? 난 자식 죽인 여자니까. 자식 죽인 년이 어떻게 길거리를 다녀. 나는 이제 길에서 자식 있는 사람 보면 못 살아. 내 새끼는 죽었는데 저 사람들 새끼는 왜 살아있어. 왜 내 자식만 죽어. 나는 내가 잘 산 줄 알았어. 이 정도면 됐다 생각했어. 그런데 아니었던 거야. 나는 자식 죽인 년이야. 이 나라에선 자식 낳으면 안돼. 안 되는 나라야. 자식 낳으려면 최소한 장관은 되어야 하고 국회의원은 돼야 하는 거였어. 내가 그걸 몰랐어. 그것도 모르고 내가 아이를 낳았어. 그래서 내가 내 자식을 죽였어.

세월호가 가라앉았을 때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어머니의 절규를 들었다. 사고 후 900여 일이 지났지만 그 목소리를 떠올릴 때면 여태 서늘하다. 어느 국회의원은 광화문의 세월호 농성장을 두고, 노란 깃발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유가족에게 도움 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투덜댔단다. 라디오에서 울부짖었던 그 어머니는 이제쯤 눈물이 덜 날까. 국회의원도 장관도 아니면서 아이를 덜컥 낳았던 죄책감을 이제쯤 떨쳤을까. 아마 아닐 텐데 왜 아무도 그녀에게 사과하지 않을까. 선체를 바다에서 건져올리지도 못했는데 내년도 세월호 특조위 예산은 0원이다. 아무도 그 어머니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세금도둑 누명까지 쓴 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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