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모터쇼로 꼽히는 올해 파리모터쇼에 다수의 자동차 업체가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그 동안 파리모터쇼는 이름있는 자동차 브랜드가 빠져서는 안 되는 행사로 간주됐지만, 올해는 여러 업체가 비싼 비용을 들여 모터쇼에 참가하는 대신 다른 마케팅 수단을 찾기로 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오는 29일 개막하는 파리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디젤게이트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른 폭스바겐은 화려하기로 유명한 모터쇼 전야제를 취소하는 등 참가 규모를 축소했다. BMW는 부스를 운영하지만, 고위 경영진 대부분이 불참할 예정이다. 통상 글로벌 모터쇼에는 회사 경영진이 직접 신차를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만, BMW 경영진은 모터쇼 기간 전략회의를 열어 브랜드의 전기차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와 마쓰다도 이번 모터쇼를 건너뛰기로 했다.
모터쇼를 화려하게 만드는 주인공인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들도 불참을 결정했다. 폭스바겐의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와 슈퍼카 람보르기니, 영국의 럭셔리카 브랜드 롤스로이스, 영국의 스포츠카 제조업체 애스턴 마틴 등이다.
올해 다수 업체가 참가하지 않는 이유는 모터쇼의 비용 대비 마케팅 효과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터쇼에서는 수많은 브랜드가 서로 주목 받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대형 부스를 세우고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데 수십억원을 쓰는 게 다반사다. 아우디는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실내 경기장까지 갖춘 가설 건물을 세우는데 1천만 유로(약 123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모터쇼에서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소규모 행사 등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마케팅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는 모터쇼 기간 고객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 프랑스 전역을 누비는 시승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롤스로이스는 올여름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에 고객을 초청해 칵테일 파티를 열었다.
반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는 모두 파리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파리모터쇼에서 i30와 프라이드 등 유럽형 신차를 선보이고 쌍용차는 렉스턴 후속 콘셉트카를 공개한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의 모회사인 GM과 르노도 다양한 모델을 출품한다.
업계 관계자는 "모터쇼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일종의 자존심 싸움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수십만 명이 찾아오는 모터쇼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파리모터쇼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파리모터쇼에는 전 세계 18개국 260개 브랜드가 참가했고 103개국 1만명의 언론인과 일반 관람객 125만3,513명이 방문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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