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유엔 연설서 “핵무장은 국가노선” 강변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직격탄을 날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 총회에 참석해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변했지만, 별 소득 없이 26일 귀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핵탄두 폭발시험을 단행한 직후 반 총장이 단독 기자회견까지 열고 온당치 못한 망발을 거리낌없이 내뱉었다”며 “우리에 대한 제재놀음에 계속 가담하면 그 대가를 값비싸게 치를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통신은 이어 반 총장의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임기 후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공개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더욱 조장하기 위해 앞장서 날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평소 방북 의사를 피력해온 반 총장을 향해 이처럼 노골적으로 비난공세를 펼친 것은 이례적이다. 바꿔 말하면 반 총장이 북한의 허를 찌른 셈이다. 앞서 반 총장은 5차 핵실험 직후인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해 “북한 핵실험을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또 하나의 뻔뻔한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적절한 행동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 총장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당시에는 성명을 발표하는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전면에 나서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와 관련, 리용호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의 핵무장은 국가노선이고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미군의 B-1B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우리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그 대가를 상상도 할 수 없이 톡톡히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 외무상은 2014~15년과 달리 올해에는 반 총장과 별도로 면담을 하지 못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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