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 든 ‘재판 헌법소원 도입’
헌법재판소선 대부분 각하 결정
“법원 확정 판결 헌재가 구제 땐 4심제가 돼 사법질서 뒤흔들어”
법원행정처 등 반대 입장 여전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재판 헌법소원’ 도입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4심제 논란으로 대법원과 헌재가 오랜 갈등을 빚어온 재판 헌법소원은 현행법상 금지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이 같은 사건 접수가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사건 접수는 2012년 155건에서 2013년 153건, 2014년 177건, 2015년 225건, 2016년(7월 기준) 137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헌법소원은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행사하지 않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헌재에 구제를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낼 수 없도록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법원 판결에 수긍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재판 결과로 인해 헌법상 권리가 침해됐다’며 사실상 재판 헌법소원을 내고 있다.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 당해 더 이상 구제 수단이 없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대부분의 재판 헌법소원을 각하하고 있다. 이미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법원 판결은 헌법 위반이라는 1997년 결정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처분 취소’ 사건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한정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재판 헌법소원에 대한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3월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재판 헌법소원 도입에 대한 질문에“국민의 기본권을 얼마나 중시하고 철저히 보장하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영역은 (대법원 판결이라도) 헌재의 판단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 헌법소원 도입에 대한 논의는 법조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다. 헌재는 2010년부터 헌법학자들과 헌재 내부 인사들로 구성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위원회’를 꾸리고 논의를 거쳐 2013년 6월 관련 법 조항을 삭제해 재판 헌법소원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하지만 법원의 재판을 거쳐 확정된 판결을 헌재가 다시 심판하게 되면, 확정판결의 효력을 부인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사실상 4심제가 돼 현행 3심제 사법질서를 뒤흔든다는 우려에 막혀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다. 법원행정처 역시 “현행 헌법ㆍ헌법재판소법에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인정되지 않고, 재판소원의 도입은 4심제 도입으로서 소송지연, 사법비용 증가 등 현실적인 여러 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 의원은 “법에서 금지하고 있음에도 재판헌법소원 청구가 한 해에 150건이 넘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사법부의 재판을 불신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법원은 재판헌법소원을 반대하기 전에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공정한 판결을 해야 하고, 재판으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된 국민들을 어떻게 구제해 줄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