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시 쑨정차이 서기와 만나
화학ㆍ반도체 분야 의견 교환
쑨 “오랜 친구 SK가 파트너 되길”
최 “성공 스토리 실현 노력” 화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서부 대개발의 핵심 거점인 충칭(重慶)의 쑨정차이(孫政才) 서기를 비롯 충칭시의 최고위 인사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도 최 회장이 중국의 차기 지도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쑨 서기를 만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25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쑨 서기와 황치판(黃奇帆) 충칭시장 등 충칭시 고위 관계자 20여명과 1시간30여분간 면담하고 상호 협력 모델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쑨 서기는 “충칭시는 화학 제품과 반도체 수요가 늘고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이 분야의 기술을 갖고 있는 SK그룹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오랜 친구인 SK가 충칭시의 파트너가 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시장도 “SK는 충칭시와의 협력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큰 기업”이라며 “점진적으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 회장은 “SK와 충칭시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서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상호 윈윈(win-win)하는 협력 방안을 깊이 연구하겠다”며 “SK하이닉스 우시(無錫) 공장, 우한(武漢) 에틸렌 공장에 이어 충칭에서도 다양한 성공 스토리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 이후 국내와 중국에서 10여차례에 걸쳐 리커창 총리(2015년 11월) 등 중국 고위 인사를 잇따라 만나며 중국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쑨 서기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25명)으로, 차기 상무위원(현재 7명)과 지도자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충칭시 고위 인사들이 한꺼번에 외국 기업 총수를 만난 것도 이례적이다. 이번 만남은 쑨 서기가 지린(吉林)성 서기로 재직하던 2011년 외국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최 회장을 만났던 각별한 인연 덕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2014년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준공한 뒤 낸드플래시 등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충칭시가 개최한 ‘제11회 글로벌 경제고문 연례회의’에 경제고문 자격으로 참석, 충칭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최 회장은 2011년부터 충칭시 글로벌 경제고문역을 맡고 있다. 그는 “충칭시가 국제무역의 허브도시로 성장하려면 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를 건설해 무역여건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ㆍ독일ㆍ일본 등 선진국 금융기업 또는 제조업체 CEO가 참여하는 이 회의에서 쑨 서기를 따로 면담한 기업체는 SK가 유일하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특정 국가와 기업의 최고위급 인사와 교류하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모델을 제안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파트너링’을 성장 동력원으로 삼고 있다”며 “이번 방문 역시 중국과의 경제협력 발판을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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