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규모에 견준 가계부채가 세계 주요 40여개국 가운데 3번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빚을 억누르기 위해 뒤늦게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내놓고 시행 중이지만, 좀처럼 약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결과다.
25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8%로 1년 전 84.3%에 비해 4.5%포인트 상승했다. BIS가 자료를 집계하는 세계 42개국 중 노르웨이(6.2%포인트)와 호주(4.9%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보다 가계부채가 훨씬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단지 속도만이 아니라 이제는 부채 수준도 위험 수위다. 작년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조사대상 국가 중 9위였지만 올 들어서는 부동산 버블이 심한 것으로 지목되는 영국(87.4%)을 추월하며 8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인 미국(78.4%)이나 유로존(59.0%), 일본(66.1%)을 모두 앞지른 상태다.
18개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아 14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흥국 2위인 태국(71.3%)이나 3위 말레이시아(70.7%), 4위 홍콩(66.6%)과도 격차가 상당한 편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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