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DC 한복판에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이 노예로부터 해방돼 시민으로서 지위를 향상하기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박물관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24일(현지시간) 국립 스미스소니언재단은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의 개관식을 치르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개관식에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흑인 스타인 음악가 스티비 원더와 토크쇼 진행자 오프리 윈프리 등이 참석했다. 2003년 관련 법안에 처음 서명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도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념연설에서 “흑인 미국인의 역사는 전체 미국인 역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하위 역사도 아니다. 미국사의 핵심이다”라고 말하며 흑인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의 개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역사를 맨눈으로 보는 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그 불편이야말로 이 나라 집단의 힘을 강력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박물관이 말하는 미국사”라고 말했다.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은 국립자연사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등 다수의 박물관이 밀집해 있는 내셔널 몰 안에 위치해 있다. 박물관은 미국이 흑인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억압했는지를 연구하고 이와 관련된 기록과 유물을 정리해 전시하고 있다. 아울러 흑인 문화가 미국 전체 문화에 끼친 영향도 강조하고 있다.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테브먼이 사용한 숄, 로큰롤의 전설인 흑인 척 베리가 몰던 빨간색 캐딜락 승용차, 흑인과 백인을 분리해 앉혔던 옛 철도 객차, 백인우월주의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 의상 등 3천500여 점이 전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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