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차 여배우들이 연이어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지난 3월 결혼한 김하늘(38)이 21일 첫 방영된 KBS2 ‘공항 가는 길’로 안방 문을 두드렸고, 23일엔 송윤아(43)가 tvN ‘The K2’로 등판했다. 26일 첫 방영을 앞둔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는 최지우(41)가 있다. 월화극엔 최지우, 수목극엔 김하늘, 금토극엔 송윤아가 번갈아 나서면서 일주일 내내 ‘언니들’의 활약이 이어진다. 세 배우 모두 새로운 장르와 역할로 기존 이미지를 깨뜨리는 변신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김하늘, 모성 연기 ‘합격점’
김하늘은 멜로퀸이라 불려왔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SBSㆍ2012)과 영화 ‘7급 공무원’(2009)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같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정통 멜로 ‘온에어’(SBSㆍ2008)와 ‘90일 사랑할 시간’(MBCㆍ2006), ‘피아노(SBSㆍ2001)까지 출연작 대다수가 멜로 장르다. ‘신사의 품격’ 이후 4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공항 가는 길’ 또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하지만 결은 약간 다르다. 멜로 감성을 기반으로 하되 멜로 자체보다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에 시선을 뒀다. 관계의 단절에서 빚어지는 쓸쓸한 정서가 드라마 전반에 깔려 있다.
김하늘이 연기하는 주인공 최수아는 경력 12년의 승무원이다. 강압적인 남편 탓에 딸을 곁에 두지 못하고 자책하던 수아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의 친구 애니의 흔적을 보듬다 애니의 아빠 서도우(이상윤)를 만나게 된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픔을 털어놓고 서로를 위로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1, 2회에서 그려졌다. 배우자를 둔 남녀의 만남에 ‘불륜 미화’라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나 정서적 공감대를 충실히 다진 덕분에 부담을 덜었다.
김하늘의 모성 연기에도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멜로 이미지를 모성으로 발전시켜서 연기 폭을 넓혔다. 결혼으로 인한 ‘성숙’의 이미지까지 얹어져 캐릭터가 한층 풍부해졌다. 김하늘에게 연기 인생 2막이 서서히 열리고 있는 분위기다.
송윤아, 악역으로 한판승 예고
‘The K2’에서 송윤아는 드라마 ‘미스터 큐’(SBSㆍ1998) 이후 18년 만에 악역을 맡았다.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의 아내이자 재벌 가문의 맏딸 최유진 역이다. 우아한 겉모습 이면에 무시무시한 야망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이유 없이 악랄하기만 한 악녀가 아니라 더 흥미를 끈다. 송윤아는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에서 벗어난 인물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연기 폭을 넓힐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극중 최유진은 자신이 직접 고용한, 전쟁 용병 출신 특수경호원 김제하(지창욱)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최유진과 김제하 사이엔 엄마를 잃고 죄책감에 휩싸여 세상 밖으로 숨어버린 고안나(윤아)가 있다. 고안나는 최유진의 남편 장세준(조성하)의 숨겨진 딸이다. 연출자 곽정환 감독은 “액션에 멜로 감성을 버무려낼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송윤아의 장점은 상대배우와의 앙상블이다. 6년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마마’(MBCㆍ2014)에서 다시 한번 증명됐다. 이 드라마에서 송윤아는 불치병 진단을 받은 뒤 홀로 남겨질 아들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옛 남자의 아내와 우정을 나누는 싱글맘을 연기했다. 문정희와의 ‘워맨스’는 물론 17세 연하 홍종현과의 로맨스도 매끄러웠다. 이 드라마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도 받았다. ‘The K2’에서 만난 지창욱, 윤아와의 연기호흡을 기대해 볼 만한 근거다.
최지우, 법정드라마에 도전
최지우는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tvN)과 ‘삼시세끼’ 정선편(tvN)에 출연해 야무지고 살뜰한 모습으로 호감도를 높였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tvN)에서는 남편과 아들의 냉대를 극복하고 뒤늦게 꿈을 찾아가는 늦깎이 대학생 하노라를 연기해 호평 받았다. 남자들의 사랑에 울고 웃던 청순가련과 지고지순 이미지에서도 벗어났다. 이제는 새 옷을 입을 차례다.
최지우는 ‘캐리어를 끄는 여자’로 법정드라마에 도전한다. 변호사 사무실의 잘 나가던 사무장으로 한때 서울 서초동 일대를 주름잡았으나 음모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추락한 차금주 역이다. 경력단절 여성이 겪는 온갖 시련이 드라마 밖 현실과도 공명을 이룬다. 드라마는 차금주의 성장기를 중심으로 법조계는 물론 정재계와 언론계 등 권력 주변부의 이야기까지 다룰 예정이다.
‘수상한 가정부’(SBSㆍ2013)에서 미스터리한 가사도우미 역을 맡아 한 차례 변신을 시도했으나 아직 최지우를 대표하는 작품은 ‘겨울연가’(KBSㆍ2002)와 ‘천국의 계단’ (SBSㆍ2003) 같은 멜로 드라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도 주진모와의 로맨스가 예고돼 있지만, 아무래도 최지우가 펼쳐낼 법정드라마에 더 관심이 쏠린다. 재벌가 암투를 통해 인간의 위악과 위선을 들춘 드라마 ‘로열 패밀리’(MBCㆍ2011)로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은 권음미 작가의 대본도 최지우의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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