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정수 넘는 아동 수용 허용하는 초과보육도 보육 질 악화
“7월 맞춤형보육 시행 이후 어린이집 교사 월급이 깎이고 심지어 해고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보육에 꼭 필요한 아동 대 교사 비율 준수 약속은 올해도 지켜지지 않았고요. 현장 교사들 사이에 아이와 교사 인권이 보장되는 보육정책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큽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보육정책 및 보육교사 처우의 개선을 주장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한다. 27일 국정감사가 열리는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맞춤형보육ㆍ초과보육(법정 비율보다 많은 원아 수용을 허용하는 정부 지침) 반대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다음달 22일 서울 도심 집회, 11월엔 보육현장 실태 증언대회가 예고돼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원장 단체가 주도하는 집회에 동원되는 형태가 아니라 자체 집회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유일의 보육교사 노동조합으로 이번 연쇄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의 김호연 의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보육정책이 현장 교사들을 배제하고 복지부와 어린이집 원장 단체의 협상으로 결정되고 있다”며 “정책의 문제점을 공유하려 최근 개설한 온라인 모임에 1,000명 이상이 가입하는 등 소극적이던 교사 사회가 각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맞춤형보육 시행으로 어린이집 교사 고용 상황이 급격히 불안정해졌다고 말했다. 기존 종일반(12시간 보육)보다 보육 시간이 짧고 정부 지원금은 적은 맞춤반(6시간 보육)을 새로 편성하게 된 원장들이 교사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을 깎거나 아예 저임금 시간제 교사로 대체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원장의 임금 삭감 요구를 거부했다가 해고된 사례도 여러 건 파악됐다”며 “지금도 퇴직금, 연차휴가, 호봉 인정 없이 박봉에 시달리는 보육교사들이 대거 비정규직화 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초과보육 폐지도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엔 어린이집 교사 1인당 원아 수를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 4세 이상 20명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침을 통해 각 연령마다 정원을 1~3명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초과보육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고도 지키지 않았다. 김 의장은 “초과보육 허용은 정원을 늘려 보육료 수입을 늘리려는 원장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치”라며 “교사가 돌봐야 하는 아이 수가 적정선을 넘으면 보육의 질이 악화하고 자칫 아동학대를 유발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보육교사의 8시간 2교대제 근무, 저임금 구조 개선,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정부가 보육교사들의 절박한 요구에 귀 기울이고 정책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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