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통행금지 선포에도
“현장 테이프 공개를” 시위 계속
털사, 흑인 사살한 경찰관
“비이성적 대응” 6일 만에 기소
트럼프 “밤 사건 요인은 마약”
시위대 폄하 의심 발언 구설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경찰의 흑인 키스 러몬트 스콧(43) 총격 살해 사건으로 발생한 시위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했지만 집회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반면 지난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발생한 흑인 살해사건은 경관이 사건 발생 6일만에 살인 혐의로 기소되며 충돌이 격화된 샬럿과 대조를 이뤘다.
22일(현지시간) 제니퍼 로버츠 샬럿시장과 지역 경찰당국은 22일 자정에서 23일 오전 6시까지 도시 전체에 걸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경찰서 앞을 점거한 시위대 대부분이 거리를 떠나지 않자 경찰은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한 통금령을 강제로 집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3일차 시위는 일부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가로막자 무장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대응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시위대는 “우리는 테이프를 원한다(We want the tape)”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구호 속 테이프란 스콧이 브렌틀리 빈슨 경관의 총에 맞을 당시 현장 상황이 녹화된 영상을 말한다. 시위대의 압력에 밀린 경찰은 스콧의 유가족과 법률대리인 저스틴 뱀버그 변호사에게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뱀버그 변호사는 경찰과 유가족 사이 쟁점인 스콧이 당시 총을 들고 있었는지 여부는 영상으로 명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영상을 열람한 후에도 이를 대중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커 퍼트니 샬럿-메클렌버그 경찰국장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사법당국 명령이 없는 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전날 집회에 참가했다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저스틴 카(26)는 결국 사망했다. 시 당국은 카가 경찰의 총을 맞은 것은 아니라며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시위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데다 9명이 부상을 입고 44명이 고발당하는 등 시위가 격화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평화적인 시위 권리는 보호돼야 하지만, 시위대는 반드시 평화를 유지해야 하며 (시위를) 폭력의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샬럿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는 16일 흑인 테런스 크러처(40)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케 한 베티 셸비 경관이 사건 발생 6일만에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스티브 컨즈와일러 지방검사는 “셸비 경관은 크러처와의 대응 과정에서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상황을 악화시켰고 과잉 대응했다”고 기소사유를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털사 경찰이 사건 발생 3일만에 영상을 대중에 공개하고 유가족들에게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전날까지 경찰의 흑인 살해 항의집회에 관해 신중한 언행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시위대 일부가 마약에 취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무법 행위에는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취지로 연설하던 도중 “밤에 방송에서 보이는 사건의 큰 요인은 마약”이라고 돌출 발언을 내뱉었다. 트럼프 캠프는 논란이 일자 “심야시위가 아니라 흑인사회에 만연한 범죄의 원인으로 마약을 지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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