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정치풍자 토크쇼 ‘데일리 쇼’의 진행자 존 스튜어트(53)가 지난해 3월 전격 하차했다. 존 스튜어트는 16년 동안 데일리 쇼를 진행하며 뉴스와 유머가 결합된 오늘날의 정치풍자 토크쇼의 모델을 정립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 소식을 접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그가 그만두지 못하게 행정 명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아쉬움을 표현할 정도다. 존 스튜어트는 2009년 미 주간 타임지 조사에서 전통 뉴스의 쟁쟁한 언론인들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앵커’로 꼽히기도 했다.
존 스튜어트 외에도 정치풍자 토크쇼의 전성기를 일군 진행자들이 최근 잇따라 은퇴하며 ‘세대 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CBS ‘레이트 쇼’의 데이비드 레터맨(68)이 방송 진행 22년만인 지난해 5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NBC ‘투나잇 쇼’의 제이 레노(65)도 재작년 은퇴를 선언했다. 노장이 떠난 자리는 ‘젊은 피’가 꿰찼다. NBC ‘투나잇 쇼’의 지미 팰런(42)과 ‘레이트 나이트쇼’의 세스 마이어스(43), ABC 라이브의 지미 키멜(49)가 모두 40대다.
국적과 인종도 다양해졌다. 존 스튜어트로부터 데일리 쇼를 넘겨 받은 트레보 노아(32)는 심지어 30대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노아는 오랫동안 남아공에서 심야 토크쇼 사회를 봐 왔는데, 그의 데일리 쇼 발탁이 알려지며 남아공 트위터는 온통 “아프리카 대륙을 빛내는 성취”라는 글로 도배됐다. HBO의 ‘라스트위크 투나잇’을 진행하는 존 올리버도 영국 태생. 여성 진행자로는 올해 2월부터 TBS에서 ‘사만다 비의 정면 충돌’을 방송하는 사만다 비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바야흐로 외국인이 미국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며 “정치ㆍ문화ㆍ인종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풍자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젊은 진행자들의 특징은 특정 정치 이슈에 대한 의견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는 데 있다. 미 주간 타임지는 “데이비드 레터맨이나 제이 레노가 정치인들을 놀리기는 했어도 주로 로널드 레이건의 나이 문제, 빌 클린턴의 여성 편력 등을 조롱했지 특정 정치적 이슈는 아니었다”며 “현재 정치풍자 토크쇼 진행자는 ‘정치적 편향성’을 무기로 한다”고 진단했다. TBS의 사만다 비는 “시청자들로부터 ‘당신의 일은 트럼프를 멈추는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며 “해야 할 말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타임지에 말했다. 정치풍자 토크쇼의 범람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며 차별화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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