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무마 청탁 및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46) 부장검사가 최초 의혹이 제기된 지 18일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올해 세번째 현직 검사의 검찰 소환이다. 검찰의 늑장 소환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은 23일 오전 8시 30분쯤 김 부장검사를 대검 청사로 불러 고교 동창인 사업가 김모(46ㆍ구속)씨와 연관된 금품ㆍ향응 수수 및 수사 관련 청탁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김 부장검사는 2월과 3월 유흥업소 종업원 A씨와 지인인 박모 변호사의 아내 계좌로 각각 500만원과 1,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4월 70억원대 사기ㆍ횡령 혐의로 김씨가 고소당하자 김씨의 수사 무마를 위해 서울서부지검 검사들을 접촉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가 7월과 9월 초에 각각 1,000만원과 2,000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한 정황 등 두 사람 사이의 복잡한 금전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가 받은 금품ㆍ향응이 김씨의 사건 청탁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김 부장검사에게 알선수뢰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지난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낼 당시 KB금융지주 상무 정모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수백만원 상당의 고급술집 접대를 받고 수사동향을 알려줬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의혹 제기 후 18일 만에야 이뤄진 소환 조사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늑장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검찰은 20, 21일 김 부장검사가 파견됐던 예금보험공사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도 그의 휴대전화 입수에 실패했다. 김 부장검사 측은 분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소환일정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주말을 앞둔 23일 오전에 비공개로 김 부장검사를 부른 것 역시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도균)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산 보조배터리를 싼 값에 넘기겠다며 관련 업체 12곳으로부터 58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주했다가 이달 5일 검거됐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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