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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銀·국책銀 개점휴업… 4대 시중은행 창구는 빈 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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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銀·국책銀 개점휴업… 4대 시중은행 창구는 빈 곳 없어

입력
2016.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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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참석 막기 문자·전날 회식…

은행 별 내부 사정도 달라

파업 결의대회 참석률 저조

정부 “성과연봉제 도입 속도낼 듯”

금융노조가 하루 총파업을 단행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한 시중은행 영업 창구가 한산한 가운데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금융노조가 하루 총파업을 단행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한 시중은행 영업 창구가 한산한 가운데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고객님 죄송합니다. 대출 담당 직원이 자리를 비워 신용대출 업무를 보시려면 월요일에 다시 찾아 주세요.”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한 23일 오전 10시 서울 목동의 한 외국계 은행 지점. 객장의 창구 10곳 중 직원이 있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입구에서 고객들을 맞는 청원경찰은 “개인 신용대출이나 기업 대출 업무는 오늘 처리가 불가능하니 연락처를 남겨달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같은 시간 이 은행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 시중은행 지점은 입구에 파업 안내문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창구 7곳이 직원들로 꽉 차 있어 평상시에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은행 별 온도 차는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IBK기업(고용노동부 추산 약 4,000명), NH농협(약 3,700명) 등 국책ㆍ특수은행과 SC제일(약 1,800명), 씨티(약 1,200명) 등 외국계 은행이 자리한 경기장 서문 방면은 붉은 팻말을 든 조합원들로 빽빽히 들어찬 반면, KB국민과 우리, KEB하나, 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자리가 마련된 반대편은 텅 빈 모습을 보였다. 이날 직장인 전용 모바일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의 은행 라운지에는 4대 은행 직원들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내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노조 내부에선 파업 참가율이 예상에 못 미친 것이 정부와 사측의 방해 탓이라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농협은행 직원 전모(30)씨는 “밤 늦게 직원들에게 ‘파업 당일 몸이 아파 참석할 수 없다고 노조에 통보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등 하루 종일 사측의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직원 김모(26)씨도 “지점장이 퇴근 후 집으로 찾아와 파업 불참을 설득했고 어떤 지점장은 급하게 회식을 잡아 새벽까지 직원들을 붙잡아 두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22일 밤에는 기업은행 일부 지점에서 직원들을 사실상 감금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까지 들려오면서 동요하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았다. 기업은행 측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직원들이 늦게까지 퇴근을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중은행 조합원들이 느끼는 압박 강도는 훨씬 심했다. 우리은행 직원 송모(27)씨는 “민영화 문제가 얽혀 있어 강성노조 이미지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지점 분회장만 동참하기로 했다”며 “개인 자격으로 나갈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되는 탓에 파업 참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측은 2차, 3차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은행 사측은 이날 파업을 기점으로 동력이 식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연봉을 받는 은행 직원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 파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여론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 시중은행 파업 참가율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만큼 조만간 성과연봉제 도입이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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