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기조연설서 대북압박
퇴출ㆍ자격정지 등 상정 노린 듯
“대화 틀 없어져 자충수” 지적도
제71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윤병세 장관. 뉴욕=연합뉴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북한에 대해 유엔 회원국 부적격론을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압박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엔 70년 역사상 회원국 자격이 정지되거나 제명된 사례가 전무한 현실에 비춰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퇴출’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북한이 비회원국이 됐을 경우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금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윤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평화를 사랑하는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14분 가량 이어진 연설에서 윤 장관은 “북한의 계속되는 안보리 결의와 국제규범 위반 및 불이행 행태는 유엔 70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이를 통해 유엔 안보리와 유엔 자체의 권능을 철저히 조롱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윤 장관은 전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 내용을 재차 강조하며, 경제적 제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등으로 대북 압박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을 회원국들에게 요청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가 주민을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주민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북한의 인권침해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되며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달 초 유엔에 꾸려진 ‘북한 인권 침해에 관한 책임규명 독립 전문가그룹’에 대해 “북한 내 인권침해, 특히 ‘인도에 반하는 죄’에 해당하는 인권침해와 관련해 책임규명을 위한 실질적인 메커니즘을 권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장관의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재고’ 발언은 자격정지와, 자격박탈(퇴출)의 두 가지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회원국 자격문제는 안보리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 등의 반대를 넘어서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떠나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유엔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엔을 제외하면 북한과 공식 대화의 틀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격한 도발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퇴출될 경우 유엔 안보리 등의 각종 제재와 결의를 바탕으로 한 대북 제재가 힘들어진다”며 “자격축소와 같은 방법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의 북한 입지를 좁히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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