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찢어져 응급실 찾았지만
주치의 없어 봉합치료 못 받아
익산시, 병원 부실 운영 조사
강모(34ㆍ여)씨는 최근 눈썹이 찢어진 한 살배기 아이 치료를 위해 한밤 중 원광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직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마취를 2번씩 받고 6시간을 허비하다 주치의가 나타나지 않아 끝내 치료를 받지 못했다. 강씨는 날이 밝자 개인병원을 찾아 아이 눈썹 봉합치료를 받았다.
지난 10일 강씨 가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응급실에서 보낸 악몽 같은 6시간’이라는 사연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강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쯤 수납장에 부딪혀 눈썹이 찢어진 딸 조모(1ㆍ여)양을 둘러 업고 익산 원광대병원을 찾았다.
강씨의 어머니가 접수하는 동안 강씨는 응급실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봐 응급실 밖에서 대기하며 우는 아이를 달랬다. 아이는 접수한 뒤로 40∼50분가량 지나서야 인턴이 나타나 상처에 간단한 소독을 받았다. 그런 뒤 인턴은 상처 부위에 대해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담당 성형외과 주치의에게 전송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강씨를 찾은 인턴은 아이에게 마취를 해야 한다고 했다.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강씨 아버지는 “왜 의사가 아이 상태도 안 보고 마취를 결정하느냐”고 따졌다. 병원 측은 아이 상처 사진을 받아본 주치의의 결정이라며 찢어진 조양의 눈가 6곳에 주사바늘을 꽂았다.
그러나 마취한 지 30분이 지나도록 주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병원에서 아이를 재워야 치료를 할 수 있다며 수면안정제를 먹일 것을 권유했다. 부작용도 있던 터라 강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아이가 빠른 치료를 받게 하고 싶은 심정에서 구토까지 하는 아이에게 수면안정제를 억지로 먹였고 조양은 잠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화가 없자 강씨는 의료진에게 다가가 재차 치료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병원 측의 특별한 조치 없이 또 1시간이 흘렀고 담당 의사는 내려오지 않았다.
분통이 터진 강씨와 가족들은 응급실에 도착한 지 4시간이 지났을 때쯤 강하게 항의했다. 주치의 행방을 묻는 이들에게 응급실 간호사는 ‘그건 우리도 모른다. 계속 의사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언젠가는 오시겠죠’라는 답변뿐이었다.
강씨는 아픈 아이를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면 또 마취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하기 싫어서 의사를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가족이 의료진에 항의한 사실을 알면 뒤늦게 도착한 의사가 치료 도중에 아이에게 해코지할까 봐 치밀어 오르는 화도 참았다.
다시 2시간이 흘렀고 강씨는 2번째 놓은 마취마저 풀리자 6시간을 기다리다 봉합수술을 끝내 포기하고 응급실을 나와야 했다. 강씨는 10일 오전 5시 40분쯤 병원 응급실을 나와 오전 8시에 진료가 시작되는 개인병원을 찾아 아이를 치료했다.
병원 측은 “아이의 응급 진료과정에서 부모의 마음이 상한 것 같다”며 “당직을 섰던 해당 의사를 상대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산시 보건소는 당시 진료기록부를 확보해 조양의 치료가 방치된 경위와 응급실 부실 운영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익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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