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6집 낸 꽃별 “너무 아름답지도 슬프지도 않은 무자극 음악 원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6집 낸 꽃별 “너무 아름답지도 슬프지도 않은 무자극 음악 원했다”

입력
2016.09.23 18:10
0 0
5년 만에 6번째 앨범을 발표한 해금 연주자 꽃별은 "내 안에 녹아 있는 한국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외국인이 들을 때 이것이 한국적인 정서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노르뮤직 제공
5년 만에 6번째 앨범을 발표한 해금 연주자 꽃별은 "내 안에 녹아 있는 한국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외국인이 들을 때 이것이 한국적인 정서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노르뮤직 제공

“20대에 쏜살같이 달리다 보니 내 안에 더 이상 퍼낼 게 남아 있을까 질문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비어 있다면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고민도 해야 했고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정말 하고 싶은 건 뭔지 질문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5집을 내고 지난 5년간 그런 질문을 하면서 보냈어요.”

해금으로 국악은 물론 클래식,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는 꽃별(36ㆍ본명 이꽃별)은 최근 6번째 앨범 ‘고요의 시간’을 내놓고 본보 편집국을 찾아 5년간의 공백을 갖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2003년 데뷔 이후 평균 2, 3년마다 앨범을 발표했던 그는 ‘숲의 시간’을 발표한 뒤 긴 휴식을 가진 뒤 이달 초 새 앨범을 내놓으며 활동을 재개했다. 그 사이 2014년 소치 패럴림픽 폐막식 음악감독인 작곡가 조용욱씨와 결혼도 했다. 조씨는 이번 앨범에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 참여했다.

5년간의 질문과 고민의 답은 ‘고요의 시간’에 담긴 9곡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 속에 천천히 녹아드는 정적인 음악은 뉴에이지와 재즈가 공존하는 북유럽의 음악을 연상시킨다. “예전부터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있었어요. 평화로우면서 마음에 스며드는 음악, 굳이 비유하자면 케틸 비외른스타드(노르웨이의 재즈 피아니스트) 같은 음악이랄까요. 너무 아름답지도, 너무 슬프지도 않은 무자극의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음악에 동조해줄 사람을 찾은 거죠.”

첫 곡 ‘새벽 숲’이 단적으로 드러내듯 꽃별은 이번 앨범에서 고요한 자연의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두 줄로 된 찰현악기인 해금은 고요한 무자극의 소리보다 거칠고 구슬픈 음색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해금은 자극적인 악기입니다. 날카롭기도 하고 예민하기도 해요. 그래서 곡의 하이라이트에 이르면 음이 높아지고 자극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악기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되기보다 구성원 중 하나처럼 느껴지도록 절제하면서 연주했어요. 언제 시작했는지 모르게 연주를 시작하고 또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끝나도록 했죠.”

꽃별은 원래 해금이 “다리 같은 악기”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금이 원래 주인공인 악기가 아니었으며 관악과 현악 사이를 잇는 중간자 같은 악기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여러 악기가 섞이도록 돕는 역할까지 하진 못한 것 같지만 국악기와 양악기 사이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했다. 악기들이 서로 섞여드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는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들과 1년 가까이 함께 연습했다.

꽃별은 초등학생 때 우연히 본 국악 공연을 보고 국악에 빠져 국악중학교에 진학했다. 국악을 좋아했어도 해금을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처음엔 앵앵거리는 소리 때문에 싫어했는데 어느 날 아빠가 해금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왜 그러셨을까 궁금해하던 중 학교 연습실을 지나가는데 해금 소리가 들렸어요. 아마추어의 연주였으니 그리 아름다운 소리는 아니었지만, 아픈 누군가가 울고 있거나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은 소리 같았어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들렸던 거죠. 그때 처음 해금을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해금은 두 줄로 모든 음을 연주해야 해서 단순한 만큼 까다로운 악기다. 그는 “해금은 오래된 소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현대의 어떤 악기와도 어울릴 수 있는 악기”라며 “단순함과 소박함이 복잡함과 화려함을 뛰어넘는 악기”라고 했다. “해금은 제게 애증의 존재이기도 해요. 20년간 연주하면서 내 뜻대로 소리를 안 내줘 미울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 대신 울어주는 해금 덕에 슬픔을 잊어버릴 수 있었어요. 나를 안아주는 악기였던 거죠. 제 음악을 듣는 분들도 해금 소리로 위로를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