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이 가려울 때 거울을 보고 오른팔을 긁으면 가려움증이 해소된다.”
미국 하버드대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IR)가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서 올해의 ‘이그노벨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안드레아스 슈프렝어 등 독일 뤼베크대 연구팀에게 의학상을 수여했다. 슈프렝어는 “가려워도 긁을 수 없는 피부병이 있을 때 거울을 보고 반대쪽을 긁어 해결할 수 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그노벨상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말과 노벨이 합쳐진 말이다. 노벨상을 풍자하면서 동시에 기발한 호기심으로 업적을 낸 전세계 연구자들을 기리기 위해 AIR가 1991년 만들었다.
괴짜 연구자들을 기리는 만큼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이그노벨상 생식상은 쥐에게 바지를 입혀 서로 다른 섬유가 쥐의 성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2007년 세상을 뜬 이집트 카이로대 교수 아흐메드 샤피크에게 돌아갔다. 샤피크는 연구 논문에서 “폴리에스터 재질로 된 바지를 입은 쥐들이 상대적으로 생식 활동이 위축됐다”며 “인체에도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그노벨상 문학상 부분에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리크 쇼베르그가 선정됐다. 쇼베르그는 ‘죽은 파리와 아직 죽지 않은 파리를 수집하는 즐거움’에 관한 무려 3권짜리 자전적 책을 써 스웨덴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다. 쇼베르그는 AP통신에 “15년간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쓰다가 뭐가 됐든 사람들이 잘 아는 것을 쓰는 게 좋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에는 팔다리에 가짜 염소다리를 장착하고 알프스 초원에서 사흘간 염소로 생활해본 체험기를 쓴 영국인 토머스 트워이츠와 오소리, 수달, 사슴, 여우, 새로 살아본 찰스 포스터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이 공동 수상했다. 부문별 수상자들에는 10조달러의 상금이 수여됐다. 다만 단위는 미국 달러가 아닌 지금은 폐기된 짐바브웨 달러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