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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올림픽도 하나의 대회일 뿐… 내게 포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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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올림픽도 하나의 대회일 뿐… 내게 포기란 없다"

입력
2016.09.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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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이 리우올림픽 선수단복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돌아온 뒤 단복을 입고 참가한 행사가 어찌나 많았는지 단복이 약간 닳아 반들반들 해졌을 정도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박상영이 리우올림픽 선수단복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돌아온 뒤 단복을 입고 참가한 행사가 어찌나 많았는지 단복이 약간 닳아 반들반들 해졌을 정도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여행이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는데요….”

‘할 수 있다 신드롬’의 주인공 박상영(21ㆍ한국체대)이 환하게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얼굴이 좀 핼쑥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만난 국가대표 선수들은 하나같이 휴가만 손꼽아 기다렸다. 대회가 끝나면 지인들과 연락 다 끊고 가족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박상영은 그럴 수 없었다. 각종 행사 초청에 방송 출연, 광고 촬영까지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긍정의 아이콘답게 감사한 마음으로 소화하고 있다. 이른 새벽과 늦은 밤을 이용해 보강 운동을 하며 틈틈이 몸을 만드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22일 본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이번 인터뷰를 끝으로 모든 일정은 접고 운동에만 전념할 생각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상영이 지난 8월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상영이 지난 8월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어중간하던 아이

한 달 전인 8월 11일. 박상영은 리우 올림픽 남자 에페 개인 결승에서 제자 임레(42ㆍ헝가리)에게 10-14로 뒤지다가 내리 5점을 따내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혼잣말로 ‘할 수 있다’를 되뇌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할 수 있다’뒤에는 으레 ‘기적’이란 말이 따라붙지만 박상영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올림픽도 엄밀히 말하면 하나의 국제 대회일 뿐이에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지고 있어도 절대 포기는 안 하거든요. 이런 점수 차를 뒤집은 적도 몇 번 있었어요.”

평상시 ‘할 수 있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같이 다니는 친구가 노이로제에 걸렸을 정도다. 펜싱을 시작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써온 훈련일지에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극적인 역전은 ‘기적’이라기 보단 ‘경험의 산물’에 가까운 셈이다.

박상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사인지가 한 가득이다. 박상영 인스타그램
박상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사인지가 한 가득이다. 박상영 인스타그램

올림픽 펜싱 금메달 뒤 그는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사인은 몇 천 장을 했는지 헤아릴 수도 없고 사람들의 요청에 ‘할 수 있다’는 말도 수 천 번 외쳤다. 청와대 오찬 때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남자 에페 단체)을 땄을 때도 청와대에 갔었는데 그 때는 대통령이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자리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한펜싱협회에 주는 포상금 5,000만 원과 정부 포상금 6,000만 원은 받아 모두 부모님께 드렸다. TV 광고도 조만간 전파를 탈 예정이다. 박상영은 “올림픽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면서도 “지금까지 수많은 국제 대회에 나갔는데 이렇게 인지도 차이가 심한가 싶은 생각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고 했다.

박상영은 중학교 1학년 때 펜싱을 시작했다.

스스로를 “어중간한 아이였다”고 표현했다. 공부도 그저 그랬고 수영, 태권도, 복싱 등을 했는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다. “칭찬을 받으며 자존감이 높아졌다. 이 분야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니 더 노력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 때 10년 계획을 세웠는데 ‘고3 때 태극마크’ ‘대학교 때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우올림픽 동메달’이었다고 한다. 모두 이뤘다. 경남체고 3학년이던 2013년 최연소 펜싱 국가대표가 됐고 한국체대에 입학해 이듬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리우올림픽에서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을 때 ‘할 수 있다’를 되뇌던 심정을 떠올려 달라는 요청에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상영.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리우올림픽에서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을 때 ‘할 수 있다’를 되뇌던 심정을 떠올려 달라는 요청에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상영.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해 지금부터

인터뷰 말미 그는 “금메달을 내려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내 본업은 운동선수다.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당장 다음 달 7일부터 충남에서 전국체전이 열린다. 올림픽 직후 벌어지는 체전에서는 메달리스트들의 성적이 신통찮기 마련이다. 각종 일정 때문에 운동할 틈이 없어서다. 하지만 박상영은 “올림픽 금메달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면 내가 넘어져있을 때 일으켜 세워준 학교(한국체대)에 보답하기 위해 꼭 체전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체대는 그가 작년 3월 왼 무릎 십자인대를 다친 뒤 복귀해서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가장 든든한 울타리였다. 그랜드슬램도 꿈꾼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한 그는 내년 7월 독일 세계선수권 우승을 욕심 내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해 묻자 박상영은 이렇게 답했다.

“리우올림픽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금메달은 그 성과일 거고요. 도쿄올림픽이요? 예상하기 힘들죠.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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