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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일가족 사망ㆍ실종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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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일가족 사망ㆍ실종 미스터리

입력
2016.09.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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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와 나가 생사 확인 안돼

남편과 헤어진 후 아들 홈스쿨링

올초 아동학대 고발됐으나 무혐의

학교는 이달 재취학… 성적은 우수

2. ‘내가 죽거든…’ 식탁 위 유서

우울증 엄마, 딸의 시신 은닉한 듯

아들도 불안증세… 조퇴ㆍ결석 반복

경찰, 류군 필체 맞는 지 정밀감정

지난 15일 거주자 아파트 CCTV에 찍인 숨진 어머니와 실종된 아들 모습. 연합
지난 15일 거주자 아파트 CCTV에 찍인 숨진 어머니와 실종된 아들 모습. 연합

모녀 변사와 실종 아동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가 23일 초등학교 4학년 류정민(11)군의 수배 전단을 제작, 배포했다.

경찰은 이날 키 140㎝, 갸름한 얼굴에 바가지 머리, 보통 체형의 류군이 실종 당시 파란색 소매의 흰 티셔츠와 긴 바지, 모자를 착용했다고 밝혔다. 류군은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 범물동 한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어머니와 집을 나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찍힌 뒤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류군의 어머니 조모(52)씨는 지난 20일 오후 3시20분쯤 경북 고령군 성산면 고령대교 부근 낙동강변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는 휴대전화와 현금이 든 가방을 소지한 채 표류 중이었다. 이튿날인 21일 오후 1시쯤에는 조씨의 대구 아파트 베란다 붙박이장에서 류군의 큰 누나(26)가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조씨의 유족을 확인하던 중 딸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으나 사인을 확인할 단서가 없어 부검했다. 경찰은 우울증을 앓던 조씨가 상당 기간 딸의 시신을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몸에 외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아파트 식탁에서 ‘내가 죽거든 십자수, 색종이 접기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세요’라며 ‘유서’라고 적힌 메모를 발견했다. 류군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8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학습지 교사를 하던 조씨는 2003년 3월 인근 초등학교에 류군을 입학시켰으나 “직접 가르치겠다”며 홈스쿨링을 했다. 학교 측은 ‘정원 외 학생’으로 관리하던 류군과 조씨에게 수 차례 등교를 권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씨는 올초 류군을 교육적으로 방임했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됐으나 경찰이 교육당국과 합동으로 류군에 대한 심리, 지능검사 등을 한 결과 또래 수준의 학업성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씨도 아들을 지도할 지적 소양이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고 추후 학교에 보내겠다는 확답도 하면서 무혐의 처분됐다.

학교 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이달 2일 재취학한 류군은 모두 7학기의 공백이 있었으나 학력평가가 우수하게 나오면서 자신의 학력에 맞는 4학년으로 배정됐다. 하지만 류군은 어머니와 떨어져있으면 불안해했으며 결국 조퇴와 결석을 반복하다 9일부터 등교하지 않았다. 조씨는 학교측에 추석 연휴가 끝나는 19일 등교시키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20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류군이 등교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사진이 남아 있지 않고 생활기록부조차 완성돼있지 않았다”며 “집에서도 이렇다 할 사진이 나오지 않아 CCTV에 나온 흐릿한 사진밖에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류군이 남긴 메모가 류군의 필체가 맞는지 정밀 감정하는 한편 집과 낙동강 일대를 중심으로 류군을 찾고 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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