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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질문하는 사람, 질문하는 문화

입력
2016.09.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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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강연을 종종 한다. 학생 대상으로도 하고, 일반인이나 교사 대상으로도 한다. 늘 느끼는 점은 한국 사람들이 너무 질문이 없다는 것이다. 강연내용을 완벽히 이해해서 질문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유학 시절에도 한국 학생들은 유난히 질문을 안 하고 말이 없다고 느꼈었다. 그게 한국인들의 조용한 기질 탓만은 아닐 것이다. 호기심 많고 말 많은 프랑스인이나 이탈리아 사람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왜 그럴까. 동방예의지국 민족답게 가볍게 말하지 않고 점잖게 행동하는 민족성도 이유 중 하나이겠지만 민족성은 원래 생물학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다. 유전차 차이 때문에 특정 민족은 호기심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질문 많은 사람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개개인도 어떤 나라에서 자라나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회에서 사느냐에 따라 질문 많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어떤 나라 사람은 질문이 많고, 어떤 나라 사람들은 질문이 적다. 그것은 문화적 차이다. 질문 많이 하는 사회는 문화적으로도 뭔가 다르다.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질문하는 교육 환경,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 환경이라야 사람들은 질문도 많이 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데 익숙해진다.

인간에게 질문은 중요하다. 사전에는 ‘질문’을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해 묻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질문하려면 궁금한 것이 있어야 하고 알려는 욕구도 있어야 한다. 20만 년 전 나타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오랜 기간 침묵하며 어둠 속에서 살아왔다. 실제 기록하며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온 것은 5,000년에 불과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생각하고 상상하는 능력 때문이다. 사물의 이치와 자연현상의 원리를 알아내면서 과학을 만들었고 과학을 바탕으로 기술과 공학을 발전시켜왔다. 인간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학의 출발점은 호기심이고 질문이다. 물질세계가 무엇으로 구성되고, 생명체는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지구 바깥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고 질문하는 존재는 우주 생명체 중 인간밖에 없다. 사람은 왜 새처럼 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은 결국 과학연구를 통해 비행기를 만들어냈고, 왜 물고기처럼 바다 밑을 다닐 수 없을까라는 질문은 잠수함을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 호기심과 질문이 없었다면 인류는 찬란한 물질문명과 정신문화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질문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사람은 창의적이고 탐구심이 강하다. 엉뚱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다. 호기심과 상상이 어우러지면 기발하고 창의적인 질문이 만들어진다. 좋은 질문은 지식의 밑거름이다. 그러고 보면 훌륭한 인재란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문제의식은 좋은 질문에서 나오므로 질문이 없다면 문제의식조차 가질 수 없다.

좋은 리더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질문을 잘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지시하고 강요하는 리더는 바람직한 리더가 아니다. 모름지기 리더는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고 함께 답을 찾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바로 질문리더십이다. 이제 곧 국정감사 시즌이다. 증인을 불러다 면박 주고 호통치는 국회의원은 좋은 의원이 아니다.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이 좋은 의원이다.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은 인간이 가진 최고 능력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질문하는 능력은 인공지능 기계가 가질 수 없다. 인간은 질문하는 존재다. 질문하는 사람, 질문하는 사회가 창의적이다. 답은 제한적이지만 질문은 무한하다. 질문하는 습관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질문하지 않고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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