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어떻게 읽을까?
김경집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발행ㆍ380쪽ㆍ1만5,000원
인문학이 여전히 대세이긴 한가보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는 것이 하나의 유형으로 자리잡고, 사람들은 더 이상 놀라워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인문학은 어떻게 습득해야 하는가는 질문엔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문·사·철’을 시험 공부하듯이 받아들여야 할까. 이 지점에서 길을 헤매는 청년들은 조롱마저 당한다. ‘인문학도 주입식 교육으로 생각하는 단군 이래의 최고의 바보들’이라며.
그러나 ‘바보들’은 비웃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성비’를 찾는다. 잘 모르는 어른들은 고전을 뒤적이며 토론을 하는 일을 일컬어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래도 저래도 먹을 욕이라면, 차라리 가성비를 택하는 편이 나은 일이다. ‘고전, 어떻게 읽을까?’는 그런 면에서 인문학 앞에서 헤매는 이들을 위한 길라잡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백미인 ‘소크라테스의 변명’부터 전세계 독자들을 열광시키는 ‘해리포터’시리즈까지 29권의 책을 담고 있다. 책 한 권으로 이 많은 고전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해리포터’가 어째서 고전인지 궁금해할 독자들이 있겠다. 저자는 고전을 단지 오래 되거나 많이 읽힌 것이 아니라, 보편 의식을 담으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책이 라고 재정의한다. 고전을 해석하는 저자의 태도는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춘향전’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신분제가 엄연히 작동되는 조선에서 관기 출신인 춘향이 수청을 거부하는 것은 일단 ‘옳지 못하다’고 한다. 변학도가 포악하더라도 수청은 수령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것이다. 또한 요즘으로 치자면 인턴 공무원인 이몽룡이 남원 목사인 변학도를 무릎 꿇리는 일 역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무리수’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저자는 불가능한 설정의 문학이 어떤 의미인지를 바로 이어 서술해 균형을 잃지 않았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다루는 부분에서, 저자는 인종차별주의와 자민족중심주의가 강하게 결합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동양을 지배한 서구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자민족중심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쪽은 서구만이 아니다. 우리도‘오랑캐’나 ‘왜놈’처럼 무시의 언어를 쓴다. 한데 저자는 이를 ‘힘없는 우리가 그들을 지배한 적은 없다’며 ‘설움과 반감에서 비롯된 표현일 터이니 이쯤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한다. 애교 정도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웃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고전, 어떻게 읽을까?’는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능동적으로 고전 읽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데다, 인문학을 향한 방향성을 터득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가성비’는 고전임을 새삼 재확인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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