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르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의 첫 책은 남다르다에 출판부를 생기게 한 책이기도 하다. 2년 전 겨울, 뉴욕 여행 뒤 원고가 흐뭇할 만한 양으로 남았다.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은 아니었지만 그냥 묵히기 아쉬운 마음에 다듬고 다듬어 ‘뉴-욜ㅋ 남다르다’라는 제목으로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식으로 출판업 등록을 하고, 출판에 대한 전문 지식의 ‘전무함’을 ‘열정’으로 채운 출판부가 탄생했다.

작가가 아닌 편집자로서 역할을 오롯이 누렸던 책은 김윤덕 작가의 ‘낙ㅋ서 남다르다’이다. 그는 애니메이터 겸 일러스트 아티스트로, 힘이 들어가지 않은 그림체와 그 안에 담긴 생각의 깊이가 남다른 작가다. 작년 말 그에게 드로잉과 글을 모아 책을 내자고 제안했고, 그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나는 편집자로서 작가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대화들은 정말 중요했다. 편집자가 작가의 성향과 취향을 잘 알아야 작가에게 생산적인 제안들을 할 수 있고, 작가의 목소리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텍스트를 다듬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작업은 즐겁고, 즐거운 작업의 결과물은 대체로 좋다.

모든 것의 초석을 세웠던 대화는 책의 제목에 관한 것이었다. 작가는 평소 누구든 의지만 있으면 창작을 할 수 있으며, 특별한 재능이나 제도적 수련만이 아티스트를 낳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책 제목으로 ‘의도 없는 끄적임’이라는 뜻을 가진 ‘낙서’와 ‘두들(doodle)’ 두 단어를 제안했다. 둘 중에서 ‘낙서’가 작가의 급진적인 생각을 좀 더 도발적이고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넉 달 간 책의 모든 요소에 대해 의논한 끝에 정감 있고 따뜻한, 정말 ‘남다른’ 일러스트 모음집이 탄생했다.

아마추어리즘은 남다르다 출판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년 말에 첫 책 출간 이후 지금까지 4권의 책이 나왔는데, 각 도서 당 인쇄 부수가 1,000권 이하이다. 출판부 담당자는 1명이지만 남다르다 멤버들이 힘을 합쳐 기획, 디자인, 홍보를 해주고 있다. 기획과 디자인과 홍보의 전문가들인 그들도, 출판에는 생소해 여기저기 묻고, 관련 서적들을 읽고, 때로는 실수를 통해 배운다. 수익에 대한 큰 기대는 내려놓은 소규모 출판사로서 책을 만드는 순수한 즐거움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고 절감하면서, 한 권 한 권 독자들에게 거창하진 않지만 소중한 의미들을 전할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근래 남다르다 시리즈 같은 소규모ㆍ독립 출판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주류 출판물들에 비해 ‘덜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형식에 신선한 내용을 담은 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출판계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점에 있어서 존재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남다르다 뿐 아니라 모든 소규모ㆍ독립 출판사들, 그리고 그러한 출판물들을 다루는 동네 서점들이 더욱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다영 남다르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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